미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상호존중과 무슬림의 안전보장 확약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300명에 가까운 무슬림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 보호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무슬림들은 서한을 웹사이트(http://www.muslimlettertotrump.com)에 공개했다.

서명자 중에는 유명 이슬람 지도자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헌법전을 흔들며 트럼프 당선인의 반(反)무슬림 태도를 비판한 무슬림계 미군 전사자의 아버지 키즈르 칸도 있다.

무슬림들은 반무슬림 증오 범죄가 2015년 현재 전년보다 67%나 급증했다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통계를 인용한 뒤 "대통령 당선인의 의무 중 하나는 집단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무슬림이) 서로 존중하면서 재임 기간 무슬림의 안전을 보증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명에 참가한 무슬림들은 또 트럼프 당선인에게 신뢰할 수 있는 보좌진을 선임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트럼프 보좌진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무슬림에게 노골적인 편견을 보인 인사 또는 무슬림은 다른 미국인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주장한 인사들이 차기 행정부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깊이 우려한다"면서 "결정을 다시 생각해 이러한 인사들을 거부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민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권리에 봉사하고 이를 옹호한 헌신적인 인물을 행정부 인사로 지명해달라"고 촉구했다.

무슬림들의 이와 같은 바람은 트럼프 측이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발표하고 실제 이를 정책으로 옮길 수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친 데 따른 것이다.

또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 반 이민자·반 무슬림·반 성 소수자 증오범죄가 날로 증가하는 것도 무슬림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인권단체인 남부 빈민법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직후 열흘간 미국 전역에서 접수된 증오범죄 867건의 중 약 6%가 무슬림을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들은 미국 독립전쟁 이래 약 4천 명에 육박하는 무슬림이 명예로운 미군 또는 경찰로 봉직했거나 현재 근무 중이라면서 여타 미국인처럼 미국을 사랑하며 여러 분야에서 나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서한에서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