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러 출신으로 20대에 쿠데타로 집권…5번째 집권 시도 무산

29세이던 199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23년간 아프리카 감비아를 통치해온 야흐야 자메 대통령(51)이 지난 1일 대선에서 재집권에 실패했다.

이로써 독단과 기행, 신비주의로 얼룩진 그의 철권통치도 막을 내리게 됐다.

감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이번 대선에서 야당 연합 대표 아다마 바로우(51)가 26만3천515표(45.54%)를 획득, 21만2천99표(36.66%)를 얻은 자메 대통령을 이겼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메는 다섯 번째 재집권을 노리는 이번 선거에 나서기에 앞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말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

나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통치는 나와 전능하신 신에 관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지지자들 앞에서 신의 섭리로 자신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며 대선 후 어떤 시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자메는 감비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65년 출생했으며 열아홉 살이던 1984년 군에 입대했다.

10년 후 동료 군 장교들과 함께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독립 이래 감비아를 통치하던 다우다 자와라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고 부패척결과 총선 실시를 약속했다.

자메는 1996년 치러진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고서 2001년 연임에 성공하고 2002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연임 제한을 철폐해 2006년과 2011년 대선을 거치면서 연승 가도를 달려 23년간 권좌에 머물렀다.

그는 재임 기간에 에이즈 치료 약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감비아를 이슬람 국가로 선언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를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특유의 풍성한 흰색 가운 복장에 코란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해 눈길을 끌던 자메는 인권·언론탄압 등으로 서방으로부터는 자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종교를 이용하고 비밀스러운 힘을 지닌 것으로 소문을 퍼뜨려 우민화 정책을 펼치면서 10억 년을 통치하겠다고 장담하던 자메는 결국 독재에 신음하던 국민의 엄중한 심판에 무릎을 꿇었다.

야권과 민간단체는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우려를 제기했으나 바로우 후보의 당선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감비아에서는 지난 수년간 언론인과 야당 인사, 그리고 정부 여당(APRC, 애국전선건설동맹)에 반기를 드는 인물들에 대한 탄압과 숙청이 이어졌다.

자메는 비판자들을 "아홉 자 깊이의 구덩이에 파묻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하는가 하면 구금 중 숨진 인권 활동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지옥에나 가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인권단체들은 자메 정부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악명높은 '마일 투 감옥'에 투옥돼 갖은 고초를 겪는 것으로 의심하는 가운데 크리스토프 헤인스 유엔 특별조사관은 "대통령에 직접 보고하는 국가정보국 요원들이 이곳에서 고문과 처형을 자행한 증거를 입수했다"라고 밝혔다.

조사관은 그러면서 자메 정부가 "사법기구의 독립을 방해하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부하며 재판 전 불법 구금 등을 자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지 한 야당 인사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자메에게 있어 국가 보안기관은 개인 도구이며 그는 이 도구를 이용해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인사들을 체포하며 감비아를 통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말 감비아의 후퇴한 인권상황을 이유로 1천300만 유로에 이르는 지원금을 삭감했으며 이어 1억5천만 유로의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사회는 그해 10월 감비아가 동성애자들에 대해 무기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개정한 동성애 처벌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메는 이번 대선에 EU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선거감시단의 입국을 불허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웃한 세네갈과의 관계도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지난 2월에는 감비아 영토로 들여오는 상품에 대해 사전 고지 없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 기초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도 반줄에 있는 한 외교관은 2일(현지시간) AFP에 "국경통제와 2013년의 가뭄, 인근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창궐한 에볼라로 인한 관광객 감소 등으로 국민은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전했다.

자메는 여러 개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으며 과거 많은 기업을 몰수해 국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 결과 젊은이들은 '뒷골목 거래'에 빠져들거나 사하라 사막과 리비아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선에 몸을 맡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자메 정부가 전임 대통령 정부에서 소홀했던 교육과 보건 부문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평가했다.

자메 선거캠프의 핵심 간부인 얀쿠바 콜리는 "자메는 감비아 국민의 일상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감비아의 미래는 그의 손에 달렸다"라고 옹호했다.

1965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구 190여만 명의 감비아는 높은 빈곤율 등으로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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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ken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