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이 ‘최순실 사태’로 중단될 위기에 몰렸다. 국내 정치 상황이 대외 경제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의사를 밝힌 사실이 한·일 통화스와프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누가 협상 내용을 결정하는지 알 수 없다”며 “협상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거래 당사자가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각자 보유한 통화를 맞교환하는 것을 가리킨다.

아소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한국 측 협상 파트너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지만, 야당 반발에 부딪혀 임 후보자의 임명이 불투명해지면서 유일호 부총리가 경제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 취지를 확인한 결과 ‘앞으로의 협상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실무협의는 지금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2월 중단됐지만, 올해 8월 한국 측 요구로 다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해 협의가 진행 중이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회의에 참석해 일본과 통화스와프 관련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