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으려고 잇달아 내놓는 조치들이 '점입가경'이다.

중국 당국은 급기야 중국 본토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들의 국외송금 상한을 10분의 1로 낮추는가 하면, 금 수입까지 제한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외환 당국이 며칠 전 은행들에 중국 본토의 다국적 기업들이 국외로 가져나가는 돈의 한도를 대폭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주까지 대형 기업들은 중국 밖으로 5천만 달러(약 586억 원)어치의 위안화나 달러를 최소한의 서류 작업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10분의 1로 턱없이 줄어든 금액인 500만 달러(약 59억 원)가 상한선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는 자본유출의 악순환과 싸우고 있다.

가장 극적인 조치는 국무원이 올해 들어 사상 최대 규모로 폭증한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을 감독하기로 한 것이다.

국무원은 100억 달러 이상 초대형 인수나 10억 달러 이상 해외부동산 투자, 핵심사업과 무관한 외국 기업 10억 달러 이상 투자 시 승인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계약은 취소되거나 늦어질 수 있다.

중국의 송금 제한 조치는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 편입 2개월 만에 위안화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주 자본유출에 관한 인민은행의 회의에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 유출이 늘어난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이후에 나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중국은 자본유출 통제 차원에서 금 수입도 줄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트레이더들과 은행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은행은 최근 금 수입 쿼터가 깎였다.

쿼터 축소와 함께 금값 하락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맞물려 금의 국제 가격 대비 중국 내 금값의 프리미엄은 최근 한때 46달러까지 뛰었다.

정상적인 수준은 2∼4달러다.

FT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5천300억 달러로 불어났다.

10월까지 33개월 연속으로 중국으로 들어온 돈보다 중국에서 나간 돈이 더 많았다.

중국에서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자 부유층들의 외환 수요가 늘었다.

FT 컨피덴셜리서치가 11월에 연 가계소득 30만 위안(약 5천만 원)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저축의 10% 이상을 미국 달러 같은 경화로 보유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80%가 넘어 올해 들어 최고였다.

위안화가 달러 대비 올해 들어 5.8% 떨어진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는 달러 수요가 높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달 중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위안화 하락 압력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연말 위안화 환율이 현재의 달러당 6.88 위안에서 7위안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 말 위안화가 달러당 7.3 위안 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