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아프간전·이라크전 참전한 '살아있는 해병의 전설'
1951년 이래 전직 고위급 장성으론 처음…"총쏘는 일 재미있다" 구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일(현지시간) 국방장관에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저녁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를 방문한 자리에서 매티스의 인선 사실을 밝히며 내주 공식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설적 화법 탓에 '미친 개'(Mad Dog)와 '수도승 전사'(Warrior Monk)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매티스 전 사령관은 '한국전 이후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전투 지휘관' 등으로 불리며 여야를 넘나들어 호평받는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국방장관에 공식 지명하면 새 미국 행정부의 안보라인은 대체로 강경파가 장악하게 된다.

트럼프는 아직 고심 중인 국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을 빼고 법무장관(제프 세션스)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마이클 플린), 중앙정보국(CIA) 국장(마이크 폼페오) 등 안보라인 핵심을 강경파들로 채웠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66세의 매티스 전 사령관은 사병에서 4성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해병대에 사병으로 자원입대했으며 전역 후 센트럴 워싱턴대 학군단(ROTC)을 거쳐 1972년 소위로 임관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여러 공훈을 세웠다.

이후 제1 해병원정군 사령관과 중부사령관 등을 역임하는 등 43년간 해병으로 복무해 '살아있는 해병의 전설'로 통한다.

매티스 전 사령관은 버락 오바마 정권의 이란 핵협상을 반대해 강경파로 분류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매티스가 이란이 중동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과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초기에 펼친 대(對)이슬람국가(IS) 격퇴전 노력에 신랄한 비판을 한 점이 트럼프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북한 정권을 이란 정권처럼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2013년 상원 청문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역내 동맹을 지지하고 역내 주둔 미군의 확대를 주장했다.

따라서 매티스 전 사령관을 포함한 초강경 안보라인이 강도 높은 대북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중국이 남중국해와 여타 지역에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간다면 중국을 견제할 정책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속적인 미국의 개입을 옹호한다는 면에서 트럼프와 같은 고립주의자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 팽창주의를 경계하는 점도 트럼프와는 결을 달리한다.

그는 트럼프와 최근 면담 시 "고문보다는 담배 한 갑과 한두 잔의 맥주로 협조를 끌어내는 게 낫다"는 논리로 고문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바꾸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광으로 손자병법의 문구까지 외워 인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현역 은퇴 후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는 현행 규정이 2013년에 퇴역한 그의 국방장관행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매티스 전 사령관을 결국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전 사령관이 국방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 조항의 '면제법'이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가 의회 문턱을 넘으면 전직 고위급 장성으로 1950∼1951년 조지 마셜 이래 처음으로 국방장관 자리에 오른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에 '민간인'이 아닌 군 관련 인사가 국방장관에 오르는 게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매티스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 집권시 국방장관 0순위로 거론된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부 차관도 "존경받는 군사적 사상가"라고 평하는 등 여야는 물론 언론의 평가가 매우 후하다.

그는 다만 2005년 "아프가니스탄에 가면 베일을 쓰지 않았다고 5년간 여자를 때리는 남자들이 있다. 그들을 총으로 쏘는 것은 지독하게 재미있다"란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김남권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