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에 값싼 텐트처럼 구겨져"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화당 접수가 끝났다고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지 약 3주 만이다.

'반(反)트럼프' 인사의 대명사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접수 작업에 마침표가 찍혔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는 대선 기간 트럼프를 비판하며 끝까지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트럼프의 납세보고서에 '폭탄'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탈루 의혹을 제기한 것은 물론 '가짜', '사기꾼'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신랄하게 공격했다.

WP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두려웠던 공화당 인사들에게 있어 롬니는 그들의 목소리였고 양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네버(never) 트럼프' 운동을 주도했던 롬니의 태도는 트럼프 당선 이후 180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달 29일 만찬으로 진행된 트럼프 당선인과의 2차 회동 후 롬니는 "트럼프에게 항복했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을 꿈꾸는 롬니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아주 멋진 저녁 시간"을 보냈다면서 "세계 전역의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깨달음을 주고 흥미롭고 기분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연설에도 "매우 감명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쉽지 않은 승리였지만, 그는 내가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한 것을 해냈다.

그는 대선에서 이겼다"면서 트럼프가 밝은 미래로 미국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희망을 키울 수 있게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WP는 "롬니의 태도 변화를 통해 트럼프가 공화당 내 반대파들을 완전히 주눅이 들게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안보관을 줄기차게 비판했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입을 닫기 시작했다.

그는 30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불태우면 법적으로 처벌하겠다고 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요구받자 "나는 트럼프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름 전인 지난 15일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 정부의 해빙 무드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침을 놓은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그는 당시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재국가를 만들고 정적을 살해하며, 이웃 나라를 침범하고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며,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약화하려고 한 전직 KGB 요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로 전날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한 후 트럼프 인수위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 러시아 국민과 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갖기를 고대한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매케인뿐 아니라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등 반트럼프 인사들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주 온순하다고 WP는 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에서 일한 매슈 다우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공화당이 트럼프의 권위주의 성향과 전체주의 메시지에 마치 값싼 텐트처럼 구겨졌다"고 꼬집었다.

WP는 "롬니를 포함해 트럼프에 반대하다 무릎을 꿇은 인사들은 한결같이 애국자이고 나라를 위해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면서도 "그들은 야망이 있어 행정부에서 일하고 싶거나 적어도 권력자인 대통령과 척지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