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에 따른 충격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사임한다.

1일(현지시간) 밀레니오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아구스틴 카르스텐스(58)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내년 7월에 사임할 예정이다.

멕시코 재무장관을 역임한 카르스텐스 총재는 2010년부터 멕시코 중앙은행을 이끌어왔으며, 국제 투자계로부터 좋은 평판을 보유한 인물이다.

카르스텐스 총재는 내년 7월 1일에 사임한 뒤 10월께 국제결제은행 최고위직에 오를 것이라고 멕시코 중앙은행 대변인이 전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트럼프 당선 후 반(反) 멕시코 정책에 대한 우려 탓에 하락세를 면치 못해왔다.

멕시코 페소화는 보호무역 공약을 내건 트럼프가 당선되자 멕시코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9∼21페소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선거 공약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및 탈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또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관세를 물리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세울 장벽 설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멕시코 이민자들이 모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외환 송금을 중단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멕시코는 생산 제품의 8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은 멕시코 주요 외화 수입원 중 하나다.

이에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17일 기준금리를 4.75%에서 2009년 이후 최고치인 5.2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지만, 페소화 가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페소화는 올해 들어 17% 하락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카르스텐스 총재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페소화 가치는 1% 넘게 더 밀리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의 여파를 최강 등급인 5등급 허리케인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멕시코 재무장관은 질서정연하게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누가 카르스텐스 총재의 뒤를 이을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