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신문 "한일합의 백지화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 내 사퇴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과거사 문제나 군사정보 교류 등 양국 간 현안의 향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 아사히,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일간지는 30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박 대통령의 전날 3차 대국민 담화 소식을 전하며 그간 박 대통령이 추진해 온 일본 관련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그동안 위안부합의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 일본에 긍정적인 정책을 펼쳐온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면 이들 합의 사항의 후속 조치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요미우리신문은 "박 대통령이 작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의 개선을 추진했고 지난 23일에는 양국이 방위기밀을 공유하기 위한 GSOMIA를 체결했다"며 "앞으로의 한일 간 안보협력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합의 이행 여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소녀상의 이전 문제를 포함한 한일합의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차기 정권에서 철회될 우려가 있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일한 암운(暗雲)'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임기 내 퇴진 발표를 '박 쇼크(朴 ショック· shock)'라고 표현하며 다음 달 19~20일 열릴 예정인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무산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신문은 "한국 측이 정상회의에 참석할 의사를 전해 일본이 개최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한국 외교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국무총리가 대신 회의에 참석해도 정권 자체가 레임덕에 빠져 외교성과를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사설을 통해 초당파 잠정 내각 구성을 통한 조기 대선 등 나름대로 해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사히는 "한국의 헌정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30년을 맞는 한국 민주화 행보의 진가가 시험대에 올랐다"며 "한국 각 당은 초당파 잠정 내각을 구성해 빨리 차기 정권을 결정할 대선을 치를 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만약 여야 간 불화를 이용해 연명을 도모하는 정치 게임을 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실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이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의혹의 진상을 밝힐 의무도 계속해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혼란 수습은 처음부터 대통령의 책무"라며 "(박 대통령의) 이번 대응은 (정국) 혼미를 더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사의 표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내정에 관한 사항이므로, 코멘트를 피하겠다"라고만 답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김병규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