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에 월스트리트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53)과 윌버 로스(78)를 각각 지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 이르면 30일 중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의 므누신을 트럼프 정권의 재무장관에 임명한다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NBC뉴스도 투자자 출신 로스가 이날 트럼프의 대선구호인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웃으며 트럼프 타워를 떠났다며 로스의 상무장관 낙점 소식을 전했다.

므누신은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정부 경험은 전혀 없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 들어가 금융계에 입문했다. 므누신은 17년간 일한 골드만삭스를 2002년에 떠난 후 헤지펀드 회사인 '듄 캐피널 매니지먼트'를 창립했다.

할리우드 영화 투자에도 관심을 보여 흥행작인 '엑스맨'과 '아바타'에 자금을 지원했다. 므누신이 대출 회사인 '원웨스트'의 회장을 맡았을 당시 일부 고객에게 부적절한 대출을 하고 소수인종 지역 거주민들에게 불법 대출을 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므누신이 재무장관에 오르면 행크 폴슨(조지 W 부시 정권), 로버트 루빈(빌 클린턴 정권)에 이어 골드만삭스 출신으로는 세 번째 재무장관이 된다. 므누신은 현재 세 번째 아내가 될 여배우 루이스 린튼과 약혼한 상태다.

트럼프가 상무장관으로 선택한 로스는 사모투자펀드(PE) 투자자 출신이다. 로스는 1970년대 후반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들어가면서 금융계에 입문했다. 그는 24년간 이 회사에 재직하면서 파산·구조조정 부문을 이끌다 회장까지 올랐다.

로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사모투자펀드 'WL 로스 & 컴퍼니'를 운영하면서 '기업 사냥꾼', '파산의 왕'(king of bankruptcy)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트럼프와는 수십 년에 걸쳐 알고 지낸 인연이 있다. 1980년대 로스가 로스차일드에서 일할 당시 뉴저지 주 애틀랜틱 시티에 있는 트럼프의 카지노가 도산을 피할 수 있도록 도운 이후 두 사람은 계속 교류했다.

로스는 대선전에선 트럼프를 위한 모금행사를 열었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100일 구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문역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미국 내 '재팬소사이어티' 회장도 맡아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로스는 1997년 말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 자문 및 중재역을 맡았다. 위기극복 후 한국 정부로부터 공로표창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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