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간부 "EU시장 최대한 접근해야·EU협상팀 너무 프랑스적"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전략으로 '꿩 먹고 알 먹기'를 지향하지만 프랑스의 거부로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브렉시트 구상이 영국 집권당 고위인사의 노트가 사진에 찍히는 바람에 공개됐다.

마크 필드 보수당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의 노트에는 "(브렉시트의) 모델이 뭐냐? 꿩 먹고 알 먹기(have cake and eat it)", "프랑스가 가장 어려울 듯"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탈퇴 협상을 통해 EU 회원국으로 남았을 때의 책임은 피하면서도 EU 시장 접근권이라는 이익은 최대한 누리려는 전략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진은 필드 부위원장이 다우닝가에서 브렉시트부와 회의를 마치고 나서 그의 보좌관이 노트를 손에 들고 있을 때 찍힌 것이다.

노트에는 브렉시트 협상의 핵심 쟁점인 단일시장과 관련한 언급, 프랑스를 의식하는 언급이 많다.

필드 부위원장은 "단일시장을 제공받는 것. 우리의 기준은 명확함. 더 많이 개방될수록 더 좋다"고 적었다.

이어 "제조업 문제는 비교적 간단함. 서비스업이 더 어려움. 프랑스가 이를 원함"이라고 써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서 금융업체와 로펌이 대거 이탈하면 프랑스가 이를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을 전했다.

EU의 브렉시트 협상 실무팀에 대해서는 "아주 프랑스적인 협상팀"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EU 무역협상의 모델로 거론된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CETA) 모델보다 서비스 부문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캐나다 플러스' 모델을 제시했다.

동시에 "노르웨이는 왜 안 되나"라며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와 특정 협약을 통해 일부 EU 원칙들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EU 단일시장에 대해 거의 완전한 접근권을 얻고 있는 노르웨이 모델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안보 협상에 대해서는 EU가 영국의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많이 얻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정부 대변인은 "이 개인적인 노트는 정부 관리나 특별 고문의 것이 아니다"라며 이 노트와 테리사 메이 총리간에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노트를 들고 있던 사람은 필드 부위원장의 수석보좌관인 줄리아 도커릴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런던시티·웨스트민스터가 지역구인 하원의원인 필드는 보수당에서 국제 문제 담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브렉시트 관련 공식 직책은 없지만,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업 이탈과 큰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이를 다루는 정부 인사들과 접촉해왔을 것으로 관측된다.

필드의 노트에는 "과도기, 꺼림. 화이트홀(영국 정부)이 고수할 것. 우리는 협상을 끝내도록 해야 함"이라고 적혀 런던시티가 희망하는 유연한 브렉시트를 위한 중간 과도기용 협상 제안을 정부가 꺼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