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을 맞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대만 빈과일보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차이 총통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표시한 응답자가 58%로 절반을 웃돌았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만족을 표현한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대만의 대표적 여론조사 기관인 대만지표민조(台灣指標民調)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 총통에 대한 불만족률은 지난 8월 45%를 기록하며 만족률(42.8%)을 앞서기 시작해 9월 48.3% 대 38.4%, 10월 48.4% 대 34.9%로 격차를 키웠다.

친(親)민진당 성향 조사기관 타이완 싱크탱크(台灣智庫)가 지난 11일 시행한 조사에서도 차이 총통에 대한 불만족률이 42.8%로 만족률 40.6%를 앞섰다.

타이완 싱크탱크 조사에서 젊은 층의 과반인 51.6%가 차이 총통의 국정운영에 만족을 표시했지만, 이들의 만족도 역시 차이 총통인 취임한 5월 20일 최고 70%대보다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하락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교착과 활력 없는 경제, 정책 번복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이 총통은 선거 유세 때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법정 공휴일 7일과 1주일간 이틀의 의무 휴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민진당이 주도하는 입법원(국회)은 노동법 개정을 통해 법정 공휴일을 축소하고 의무 휴일을 하루로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젊은이들과 시민단체들은 노동권과 의료 혜택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곳곳에서 벌이고 있으며 일부 시위대가 정부 건물에 난입하는 등 폭력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SCMP가 전했다.

국립대만대 정치학자 필립 양 교수는 차이 총통을 지지했던 젊은이들이 근로 휴일에 대한 우유부단함 등 정부의 정책 번복으로 인식되는 사안 때문에 그를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의 멘토였던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은 최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과 인터뷰에서 차이 총통이 사법과 연금 개혁 추진에 우유부단하고 중국에 맞설 용기가 부족하다며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사 정리 노력으로 초래된 야당인 국민당과의 갈등도 차이 총통에게 부담되고 있다.

차이잉원 정부는 과거 권위적 국민당 정권 시절 강탈된 국민의 정치·사회·경제적 권리를 회복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국민당으로부터 부당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기구 설치가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일부 언론 등이 전했다.

대만 행정원 부당당산(黨産)처리위원회가 지난 25일 국민당 연계 투자기업인 중앙투자공사와 신위타이(欣裕台) 등 2개 기업을 국유화하겠다고 밝히자 국민당은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결정이라며 소송과 항의 시위를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작년 말 기준 중앙투자의 총자산이 366억2천200만 대만달러(약 1조3천535억 원)이며 신위타이의 총자산은 14억1천800만 대만달러(525억 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국유화되면 국민당 본부가 입주한 건물도 국가 자산이 돼 국민당이 정부와 임대 계약을 통해 당사를 사용해야 한다.

대만 국립 자이(嘉義)대 공공정책연구소 천춘빈(陳淳斌) 교수는 "차이잉원 정부가 둔화하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국민의 생계를 개선하면 대중의 불만을 줄이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른바 과거사 정리에 대한 차이 총통의 열정이 계급 투쟁의 위기와 정부에 대한 불만만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