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외출금지 계획…사법절차 무시·인권침해 반발 커질듯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마약 중독자들이 집 밖으로 돌아다니면 죽이겠다고 경고했다.

27일 현지 GMA 방송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자신이 졸업한 필리핀 산베다법대의 동창회 행사에서 마약사범에게 집에만 머물도록 하고 외출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조만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사범은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라"며 "집 밖으로 나갔다가 눈에 띄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 300만 명의 마약 중독자가 마약 구매에 하루평균 200페소(약 4천700원)씩 쓰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토대로 마약시장 규모를 추정하면 연간 최소 2천160억 페소(약 5조1천억 원)라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중독자들이 돈을 어디서 구하겠느냐"며 "강도나 살인을 저지른다"고 지적했다.

그의 마약사범 외출금지 구상은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신을 구속하며 마약사범 '묻지 마 사살'을 부추긴다는 인권단체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이달 23일까지 마약용의자 4천605명이 사살된 것으로 경찰이 집계했다.

이 중 1천959명이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고 2천646명은 자경단과 괴한 등의 총에 맞아 죽었다.

약 80만 명의 마약사범이 자수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