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힐' "암운 드리워져"…트럼프 대선 기간에 "쿠바정권 우리요구 외면하면 뒤집어"

반세기 만에 재개된 미국과 쿠바 간 상업용 정기 항공편의 운항이 '트럼프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쿠바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양국 국교정상화의 이정표로 꼽히는 정기 항공편 운항에 암운이 드리워졌다고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침 이날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타계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낸 성명에서 쿠바에 관한 그의 인식의 일단이 분명히 드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에서 "전 세계는 자국민을 거의 60년간 억압했던 야만적인 독재자의 타계를 목격했다"며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가난, 그리고 기본적인 인권의 부정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 정부는 쿠바인들이 번영과 자유를 향한 여행을 마침내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히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수차례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CNN에 쿠바에의 문호개방은 "좋다"면서도 "더 좋은 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바에 호텔을 짓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선을 얼마 앞둔 플로리다 유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카스트로 정권에 모든 양보를 했다.

이는 차기 대통령이 그것을 뒤집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쿠바 정권이 우리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권 인수위원회는 아직 쿠바 정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근 인수위에 쿠바 독재 정권에 비판적인 모리시오 클래버캐런 '쿠바 민주주의 정치활동위원회' 위원장이 들어가면서 트럼프 정권의 쿠바 정책이 강경해질 것을 예고했다.

마리오 디아즈 발라트(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쿠바 운항을 포함한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정책은 모두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업운항 등의 허용은 인권침해를 일삼는 카스트로 독재 정권의 살만 찌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화당 마코 루비오(플로리다)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등 쿠바계 거물 정치인들 역시 강경한 쿠바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역사적인 반세기만의 운항 재개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더 힐'은 지적했다.

이미 미국 항공사들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경쟁체제를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쿠바 노선에는 하루 최대 110편까지 투입 가능하다.

쿠바 수도 아바나 노선에는 항공사 8곳이 다음 주부터 취항할 수 있다.

호텔 등 관련 비즈니스도 이미 다수 시작된 상황이다.

물론 아직 쿠바에 대한 여행 제한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교육이나 종교, 공연, 인도적 목적 등 미 정부가 정한 12개 항목에 부합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예산위는 2017년 세출예산안에 쿠바 여행금지를 해제하는 내용의 부칙을 넣는 등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는 점점 탄력을 받아가는 중이다.

존 카불리치 미-쿠바 무역경제협회 회장은 "항공 운항은 양국 국교정상화에 구속되는 내용이 아니어서 언제라도 취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항공업계의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며, 결국은 법정에까지 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