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속 수입국가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자 금속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금속 가격이 오르는 추세인 와중에 중국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3월 인도분 구리 선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날보다 2.5% 오른 t당 5560달러로 장을 마쳤다. 아연은 2.1% 상승한 t당 2596달러50센트, 니켈은 3.2% 오른 t당 1만1165달러로 각각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중국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속가격을 끌어올렸다고 WSJ는 전했다.

원자재 시장 조사기관인 아르고너트 리서치의 헬렌 라우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자유무역에 나서는 가운데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속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태 지역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고, 이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이 가입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라우 애널리스트는 “통상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원자재 가격은 내리지만, 이번에 나타난 달러 강세는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정책 등으로 미국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원자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의 대(對)중국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금속가격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FTA를 재검토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로 금속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진 와인버그 코메르쯔방크 원자재 리서치책임자는 “중국의 안정적인 투자여건에도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건설 산업과 원자재 가격에 역풍이 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