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고립주의를 표방해온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아시아 회귀전략을 취하지 않고 외교·안보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발 빠르게 트럼프 당선인에게 접근해 차기 미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중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18일 트럼프-아베 회동에 대해 아베가 "조공을 바치러 갔다", "군주를 알현하러 갔다"는 등의 조롱 섞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점잖은 표현을 사용했지만, 경계감은 감추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아베가 트럼프에게 조공하러 가면서 매우 흥분된 마음"이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일본의 누리꾼들 사이에서 수상(총리)이 조공 바치러 가는 거 아니냐"는 비판적인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고도 전했다.

특히 별도 사설을 통해 아베가 트럼프와 회동한 데 대해 '알현'(謁見)이라는 뜻의 '친젠'(覲見)이란 단어도 사용했다.

아베의 이런 행보에 대해 '더는 낮을 수 없는 저자세'라고 비판했는가 하면 "트럼프의 한마디 위로의 말에 은택(恩澤)을 입은 듯 과분해 한다"고도 했다.

환구시보는 아베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극단적인 외교노선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은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와 트럼프의 비공식 회동 소식을 들었으며 현재 회담 관련 구체적인 상황은 모른다"면서 "우리는 국가 간 정상적인 관계 발전을 환영하지만, 관련 국가의 협력이 제삼자의 이익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이번 회동과 관련해 "역내 국가의 안전 우려를 존중해야 하며 지역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왕양(汪洋)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달 21일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왕양 부총리의 방미는 미·중 상무연합위원회 유관 활동 참석이며 관련 활동을 조율 중"이라며 답변을 꺼렸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뒤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평가했으며, "여러 가지 과제에 대해 기본적인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일 동맹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에 제기했던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문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도 거론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홍제성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