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요직 맡을 듯…백지위임 적법성 둘러싸고 논란 예상
트럼프 재산 위임도 '이해상충' 논란…연방법 위배 불가피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5)가 공직 진출을 위해 면밀한 법률 검토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 임명을 규제하고 있는 연방 친족등용금지법(Nepotism rule)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변호사들과 '해법 찾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쿠슈너가 지근거리에서 자신의 '눈과 귀'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과 수석전략가로 각각 내정된 라인스 프리버스와 스티브 배넌도 쿠슈너의 백악관 입성을 밀고 있다.

쿠슈너는 이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투자펀드와 부동산 지분, 주간지 뉴욕옵서버를 백지위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백지위임이 친족등용규제법을 벗어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는 게 공직윤리 전문가들의 견해다.

1967년 발효된 친족등용규제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이 허용하지 않은 '지원 복무'(Voluntary service)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개별 법령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어떤 자격으로도 친인척의 공직 임명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과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전례가 있지만, 이는 이 법이 제정되기 전이었다.

관심은 쿠슈너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과연 어떤 자리를 맡을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정권인수위원회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쿠슈너가 백악관 직책을 맡는 방안과 백악관 밖에서 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전했다.

쿠슈너가 백악관에서 자리를 차지한다면 선임 보좌관이나 특별 고문 등을 맡을 수 있다고 WSJ은 관측했다.

관건은 여론이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기밀 정보를 전달받는 '대통령 일일 브리핑'을 쿠슈너도 함께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민주당이 쿠슈너의 인수위 내 역할을 묻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민주당 소속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연방하원 의원은 또 대통령의 사위는 행정부의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쿠슈너의 공직 임명을 강행한다면 후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의 세 자녀는 공직에 진출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형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변인인 호프 힉스는 이날 "트럼프 당선의 자녀들 가운데 누구도 공식적으로 차기 내각이나 백악관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WSJ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는 지난 13일 CBS 방송 시사프로 '60분'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 내각에 참여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아니다.

공식 행정부 직책에 들어가지 않을 것"고 말했다.

트럼프의 차남 에릭도 "우리에게는 멋진 기업이 있고 우리는 뉴욕에 머물면서 사업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도 자신의 사업체를 이방카 등 3명의 성인 자녀에게 맡기고 백악관에 들어갈 것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러나 이 발표 직후 자녀들을 모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임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재산을 제3자가 아닌 자녀들에게 맡기는 게 합법적이냐는 것이다.

미 연방법에는 가족이 아닌 독립적인 제3자에게만 백지신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리처드 페인터 전 조지 W. 부시 행정부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자문은 "트럼프 당선인 측은 대통령직과 사업체를 분리할 것이라고 했지만 1주일 만에 그 약속을 번복했다"고 꼬집었다.

제3자에게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이해상충'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사업체는 대부분 부동산인 데다 그의 이름을 브랜드로 쓰고 있어 누구나 대통령의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공정 행위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의 부동산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산재해 사업 거래 시 '연방 공무원이 의회 승인 없이 외국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수 없다'는 연방 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영리 공직윤리 감시기구인 '퍼블릭 시티즌'의 크레이그 홀먼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이해충돌이 나타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해충돌을 없앨 방법이 없으며 이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