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경제·외교 사령탑 인선 골격이 드러나고 있다. 경제는 월가 출신 인사, 외교는 대외 강경파 인사로 최종 후보군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

◆월가 출신 인사 중용할 듯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스티븐 므누친 캠프 재무위원장(53)의 재무장관 기용이 유력시된다고 보도했다. 므누친 위원장은 월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이다.

므누친은 대선 과정에서 대형 금융회사의 과도한 투기행위를 막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든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이 법은 장단점이 있다”며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트럼프 당선자도 도드프랭크법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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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재무장관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재원 마련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기업의 유턴과 투자유도를 위한 감세 △투자 촉진을 위한 대대적 규제 완화 △재정적자 감축 등 트럼프 당선자의 핵심 경제공약을 이행할 임무를 맡게 된다.

므누친 위원장은 예일대 졸업 후 투자은행 살로먼브러더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골드만삭스에서는 17년간 근무했다. 담보부채권 거래 담당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2년 독립해 사모펀드 듄캐피털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위험자산을 매입한 뒤 비싼 가격에 되파는 사업에 집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담보채권대출은행인 인디맥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되파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대출자의 담보를 무리하게 압류하면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세 번째 재무장관 나오나

블룸버그는 므누친 재무장관 기용 시 국제 금융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골드만삭스 사단이 다시 한번 조명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재무장관으로 기용되면 세 번째 골드만삭스 출신 재무장관이 된다. 앞서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행크 폴슨이 재무부 장관으로 기용됐다. 이들은 모두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서열 3위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와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도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이다.

폴리티코는 로스차일드 금융그룹 임원 출신으로 월가에서 사모펀드(WL로스)를 운영하고 있는 윌버 로스(79)도 재무장관의 2배수 후보로 최종 리스트에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로스 회장은 1990년대 초 트럼프가 카지노사업에 진출했다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로스차일드 경영이사로 그의 재기를 도왔다. 그후 꾸준히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오랜 측근이다. 79세 고령이 큰 걸림돌로 꼽힌다.

미 최대 상업은행인 JP모간체이스은행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헤지펀드 운영자인 칼 아이칸, 연방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젭 헨서링 위원장(공화, 텍사스)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국무장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유력

트럼프 당선자가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외교정책을 총괄할 사령탑(국무장관)에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72)이 유력하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줄리아니는 대선 전반에 걸쳐 가장 가까이에서 조언한 사람으로, 트럼프 당선자의 의중을 정확하게 대외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법무장관, 국토안보장관에 기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줄리아니는 지난 13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에서의 역할과 관련, “트럼프가 나를 진정으로 원한다고 느껴지는 일일 것”이라며 “그 일은 나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면서도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줄리아니와 함께 매파 성향의 전문 외교관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68)도 국무장관 최종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보도했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유엔 대사(2005~2006년)를 지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