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전원 아닌 범죄자 위주 추방, 국경에 장벽 대신 울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후보 시절 강경한 공약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대선 후 이민자에 대해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정책이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AP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후 첫 언론 인터뷰인 지난 13일 미 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 이민자 추방은 범죄자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200만∼300만 명 정도의 범죄자, 범죄 기록 보유자, 범죄집단 조직원, 마약 거래상을 이 나라에서 내쫓거나 감옥에 보낼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불법적으로 와 있는 그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1천1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를 전원 추방하지 않고 일부는 구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후보 시절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사는 모든 불법 이민자를 모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추방 목표인 200만∼300만 명은 오바마 정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 수와 큰 차이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동안 미 국토안보부는 불법 이민자 250만 명 이상을 국외로 추방했다.

오히려 법과 현실을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약 8년에 걸쳐 이룬 일을 트럼프 당선인이 단기간에 해내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FT는 전했다.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 수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추산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있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과가 있어 국외로 추방 가능한 이민자는 19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한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멕시코가 비용을 부담하는 '크고 아름다운 장벽'을 쌓아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도 후퇴했다.

'멕시코 장벽'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거의 모든 유세에서 되풀이해 트럼프의 대표 공약으로 꼽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60분' 인터뷰에서 장벽을 건설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일부는 울타리가 될 수 있고, 특정 구간은 장벽이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타리와 장벽이 각각 어디에 알맞은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장벽 대신 울타리를 치겠다는 발상 자체가 후보 시절 강경한 태도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국경의 울타리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지금도 멕시코와 맞닿은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에 걸쳐 약 650마일(약 1천46㎞)에 이르는 울타리가 국경을 가른다.

또 멕시코 국경에 장벽이나 울타리를 새로 설치하려면 복잡한 환경 규제와 인근 땅 주인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AP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