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고 싶지만 대부분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한국계 기업 관계자는 제조시설을 갖춰도 이를 지원할 자재와 설비 공급망이 없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환경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우수한 편이지만 취약한 부품산업,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미흡한 인프라시설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부자재산업 취약

[2016 베트남 리포트] "자재·설비 공급망 취약…공무원 커미션 문화 심각"
베트남은 제조업 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원자재와 부자재, 부품소재 산업 구조가 취약하다. 주요 산업이 노동집약적인 가공·조립 위주로 형성돼 대부분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원부자재에 대한 수입 관세를 면제하거나 낮게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 관세가 낮더라도 원부자재를 수입하면 현지에서 직접 수급하는 것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물류비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베트남 투자 전문가는 “현지에 투자할 때는 협력 업체와 동반 진출을 통한 클러스터 형성 등 원부자재 수급 대책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부패 심각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베트남은 투명성지수 부문에서 세계 177개 국가 중 116위다. 덴마크가 1위, 한국은 46위, 미얀마는 157위다. 부정부패의 가장 큰 원인은 베트남의 복잡한 행정절차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커미션(수수료)’ 문화다.

베트남은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같은 행정절차라도 지방정부마다 다르다. 공무원의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부패할 가능성도 높다. 외국 기업들이 이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기업 담당자들을 부르고 검사 명목으로 공장에 찾아와 ‘뒷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간에도 커미션을 주고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미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관 및 세무당국과의 관계 등을 풀기 위해서는 ‘뒷돈’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베트남 현지 기업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때 이런 지출은 ‘인사를 하는 정도’의 적정한 수준이어야 하며 절대 ‘뇌물’ 수준으로 과도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프라시설 부족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인프라 부문에서 베트남은 2013년 144개 국가 중 95위다. 주변국인 싱가포르(2위), 말레이시아(32위), 태국(46위), 브루나이(57위), 인도네시아(78위)보다 낮다. 베트남은 도로(113위), 전반적 인프라(119위), 항만(113위), 전기 공급(113위) 등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도로, 철도, 항만 시설 등의 부족으로 물류 운송시간 및 운송료 등 부대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베트남 내 육상 운송은 전체 물동량의 65% 이상을 담당한다. 하지만 육상 운송 부문에서 물류업체 대부분이 직원 50인 이하의 영세기업이며 10년 이상 낙후된 장비를 사용해 잦은 고장이 발생하는 등 서비스 수준이 떨어진다.

전력 부족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순회 정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고 몇몇 기업은 자기 돈을 들여 자체 발전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인건비 증가 … 고급 인재는 부족

인건비와 공단 임차료 등 비용도 증가해 외국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베트남 정부는 총리령으로 최저임금을 매년 10% 이상 인상하고 있다. 2013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7.4% 상승했으며 2014년에도 15~17% 올랐다. 이로 인해 섬유, 봉제, 신발, 전자 등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의 생산비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공단 임차료도 2008년 이후 대폭 올라 ㎡당 55~60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호찌민 인근 동나이, 빈즈엉 공단은 임차료가 80~90달러, 도심에서 2시간 이상 거리인 띠엔장, 떠이닌성 등의 임차료는 40달러 수준이다.

고급 인재 부족도 큰 문제다. WEF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인적자원의 질은 수학 및 과학 교육 3.9점(85위), 교육 시스템 3.4점(95위), 연구개발(R&D) 기관의 질 3.4점(89위), 과학기술자 활용도 3.8점(88위) 등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