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베트남 리포트] CJ CGV서 '극장 데이트' 열풍…베트남 최단기간 1천만 관객 돌파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J CGV 베트남법인은 베트남에 부는 영화 한류의 ‘첨병’이다. 현지 극장시장에서 전체 스크린의 50%, 관객 수의 51%를 점유한 최대 사업자인 동시에 영화 배급시장에서도 70%를 장악하고 있다. 베트남 영화산업의 가장 강력한 리더다.

CGV는 14일 현재 베트남 전역에 36개 극장, 237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8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베트남 영화시장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로 추산된다.

CGV는 2011년 7월 당시 7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던 현지 1위 멀티플렉스 메가스타의 지분 92%를 인수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했다. CGV가 베트남에 주목한 건 동남아시아 국가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고,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 층이라는 점이었다. 당시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0.15회였고, 100만명당 스크린 수는 2.34개에 불과해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관객들이 몰린 베트남 하노이의 CGV에이원 롱비엔점. CGV는 베트남 전체 스크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관객들이 몰린 베트남 하노이의 CGV에이원 롱비엔점. CGV는 베트남 전체 스크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하지만 CGV는 인수 후 브랜드를 즉각 바꾸지는 않았다. 원만하게 인수한 뒤 통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3년간 메가스타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내실 있게 경쟁력을 다졌다. 브랜드를 바꾼 것은 2014년 1월. 호찌민 탄푸지역에 들어선 ‘에이온 셀라돈’ 쇼핑몰에 새로운 CGV를 입점하면서 11개 메가스타 브랜드를 한꺼번에 CGV로 교체했다. 이후 CGV의 브랜드 경쟁력은 한층 강화됐다. 중국과 동남아를 잇는 교두보로서 입지도 더욱 공고해졌다.

CGV는 지난 9월 베트남에서 한 해 최단 기간 입장객 수 10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12월에 1000만 입장객을 처음으로 돌파했고, 연말까지 1050만명으로 마무리했다. 올해는 입장객 수가 더욱 늘어나 연말까지 1500만명을 바라보게 됐다. 2011년 440만명이던 입장객 수가 5년 만에 세 배 이상 성장했다.

CGV가 베트남에서 급성장한 데는 한국형 고품격 서비스,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 베트남 현지 영화 편성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우선 CGV는 ‘4DX’(오감체험관), ‘IMAX’(고선명 대형 스크린관), ‘스타리움’(초대형 스크린) 등을 단독 설치해 영화 관람 문화를 선도했다. 특히 지난 7월 선보인 침대관은 연인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약 5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베트남 평균 좌석 점유율(20%)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극장운영 전문가 양성센터인 ‘CGV 대학’을 설치해 고품질 서비스 교육과 제도도 전파했다. 프리미엄 멤버십 제도, 티켓판매기, 포토티켓 서비스, ‘반미 샌드위치’ 등 현지화한 매점 신메뉴 등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3월 조사회사 안파비가 베트남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회사를 조사한 결과 CGV가 엔터테인먼트 부문 1위로 선정됐다.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도 변화시켰다. 커플족을 대상으로 러브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펼쳐 ‘데이트=야외’라는 기존 공식을 ‘데이트=극장’으로 바꿨다. 올 들어 2030세대 관객 수가 작년보다 40%나 증가했다.

CGV 베트남은 배급사업에도 뛰어들어 70%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디즈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의 영화를 독점 배급하기로 계약했다.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대부분도 배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전용관을 설립해 현지 영화 배급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콘텐츠를 차별화해 관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CGV는 올 3분기까지 베트남 현지 영화 배급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현지 영화 점유율은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 15%도 채 안 됐지만, 지금은 35% 수준이다. 현지 영화 중에서는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현지어로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의 흥행 실적은 역대 최고인 48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11편이던 현지 영화 상영 편수는 2015년 35편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영화 상영도 1편에서 16편으로 증가했다. CGV베트남은 현지 영화와 한국 영화를 적극 편성해 베트남 영화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