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자 늘며 자문 분야 넓어져"…청년 변호사에겐 기회의 땅
“왜 베트남 일을 하려고 합니까.” 10년 전 베트남팀을 처음 구성했을 때 자주 듣던 질문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요즘 많이 듣는 질문이 바뀌었다. “어떻게 10년 전에 베트남 일을 할 생각을 했어요?”

‘왜’에서 ‘어떻게’로의 변화가 10년 전과 지금의 베트남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변화를 가장 쉽게 설명해준다.

베트남은 10년 전에도 한국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그때는 제조업이나 아파트 개발 같은 투자를 컨설팅하는 일이 많았다. 요즘은 시장이 훨씬 다양해졌다. 유통, 물류 서비스업 등 베트남 내수시장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투자가 많이 이뤄진다.

베트남 시장 이외의 다른 해외 시장을 타진해 본 기업들이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올 정도다. 세계 어디에도 베트남만 한 투자환경 및 투자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나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에서는 대형 로펌 및 중견 로펌 10여개가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경쟁하고 있다. 한국 로펌의 춘추전국시대다. 경쟁이 치열해져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변호사들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에 응하다 보니 한국 변호사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베트남에 초창기 진출한 변호사들은 소위 ‘맨땅’에서 시작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10년 정도 지나면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한국 고객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법률 정보는 물론 현지 관행이나 실무에 대해서도 조언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로펌의 베트남사무소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1세대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현지에 뿌리를 내려 제대로 된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현지의 젊고 유능한 변호사를 훈련시키고, 해외 유학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5~10년 뒤에는 베트남에 있는 한국 로펌들이 베트남에 투자하는 모든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고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로펌이 되길 기대한다.

베트남 법률시장은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청년 변호사들이 겪는 취업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도 있다. 젊은 변호사들이 조금 더 시야를 넓혀 해외에 진출한 뒤 현지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킨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지 언어를 배우면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10년 뒤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법률시장을 석권할 뿐만 아니라 큰 영향력을 가진 한국의 글로벌 법조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은용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