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보호무역주의와 규제 완화, 일자리 창출 등 선거공약에 대한 강한 추진 의욕을 밝히고 있지만 일부는 방향을 틀거나 강도를 조절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철폐 공약이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오바마케어는 정부와 가입자의 부담만 늘리고 제대로 작동도 하지 않는 최악의 정책”이라며 집권 후 100일 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건강저축계좌(HSA) 제도로 대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건강저축계좌는 각자 계좌로 보험료를 강제 저축시키는 제도로 보험과 같은 상호부조 성격이 없다.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10일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오바마케어의 두 개 조항을 살리겠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부모가 가입한 보험에 26세 이하 자녀가 피보험자로 등재돼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재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노인과 장애인 보험인 메디케어 제도를 손대지 않겠다는 기존 태도를 접었다. 그는 대신 “베이비 부머 세대의 퇴직에 맞춰 지속가능하게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최측근 인사들도 일부 공약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이민자를 막는 ‘멕시코 장벽’ 설치와 관련해 “멕시코 정부가 그 비용을 대도록 하는데는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입안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공약도 경제 회복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공화당 주류의 시큰둥한 반응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