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마약 유혈 소탕전을 진두지휘하는 경찰 수장이 가족과 함께 공짜로 미국을 방문, 권투경기를 즐겼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의 반부패기구인 옴부즈맨이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의 공짜 해외여행이 공직자윤리법에 어긋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이 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지난 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가 미국의 제시 바르가스를 이긴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 매치를 가족과 함께 직접 관람했다.

파키아오가 델라로사 청장과 가족의 비행기 요금과 현지 체류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파키아오는 지난 4월 티모시 브래들리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은퇴를 선언한 뒤 5월 필리핀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번에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전을 치렀다.

복싱 팬인 델라로사 청장은 "경찰청장으로서가 아니라 파키아오의 오랜 친구로서 초대를 받았다"며 "중요한 것은 누구의 돈도 훔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를 조사하라"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경찰 수장의 처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