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에 타격…중국에 주도권 선점 우려

세계 최대 무역협정을 목표로 12개국이 참가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주요 참가국인 일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TPP 살리기' 행보에 나선다.

TPP를 성장전략의 축으로 삼아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선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가속하고, 미국 중심의 TPP에 맞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해온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TPP의 기사회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3일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17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뉴욕회담에서 TPP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TPP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가 입장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TPP가 아시아태평양 번영에 필요하고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 TPP 관련 절차를 계속 진행한다는 정부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TPP 승인안은 연립 여당 의원 등에 의해 중의원에서 강행 처리돼 참의원 심사에 들어갔다.

현재 야당은 "TPP 심의를 진행할 전제조건이 사라졌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총리관저 관계자는 "일본이 승인해 두지 않으면 미국의 이탈이나 (기존과 다른) 재논의를 용인한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TPP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인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연내 합의를 추진해 온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도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베노믹스의 추진력은 더욱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게다가 멕시코, 페루 등 다른 참가국 사이에선 미국을 제외하고 TPP를 조기에 발효시키자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이 추진해 온 RCEP는 트럼프 당선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진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RCEP에는 현재 한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이 중국의 득세를 우려해 차세대 무역 체제를 주도한다는 목적 달성은 어려워졌다"면서 "트럼프의 방침 전환이 없는 한 협정발효는 절망적"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