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 위성사진 삭제 공방 계속…안보 실익·美 대선 여파 등 변수


정부 추가 심의까지 벌어지며 5개월 이상 시간을 끈 구글의 한국 지도 반출 문제가 이번 달 21∼23일께 최종 결론이 나온다.

구글맵 위성 이미지의 안보 시설 삭제라는 핵심 쟁점에 관해 우리 정부와 구글 사이의 견해차가 여전히 커 반출 허가 결정이 어떻게 될지는 '오리무중' 상태다.

자국우선주의 성향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 미국 대선에 승리하며 한미 통상 분쟁의 위험성이 커진 점이 이번 논의의 '깜짝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와 결과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

1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21∼23일 중 최종 협의체 회의를 열고 반출 허가 여부를 확정한다.

협의체의 관계자는 "최종 회의가 정확하게 언제 열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6∼17일께 회의 스케줄을 확정 지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국 IT(정보기술) 기업이 우리 지도 데이터를 한국 밖으로 가져가려면 협의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글은 한국 지도 데이터를 국외 서버로 가져가 기능이 대폭 축소돼 운영되는 한국판 구글맵(구글지도) 서비스를 정상화하고 싶다며 올해 6월 우리 정부에 반출 신청을 했다.

이 신청에 관한 법적 심사 기한은 애초 8월 25일까지였지만, 지도 반출과 관련한 논박이 계속되자 정부는 '추가 심의가 필요하다'며 기한을 11월23일로 미뤘다.

현행 민원 관련 법률에서 정부의 심사 기한 연기는 단 한 차례만 할 수 있다.

신청자인 구글과 추가 연기를 합의하지 않는 이상은 23일까지는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 위성 이미지 삭제에 입장차 '팽팽'
국방부는 지도 반출의 선결 조건으로 구글이 미국·독일 등 외국판 구글맵의 위성사진 지도에서 군부대 등 한국의 안보 시설을 노출하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구글은 한국판 구글맵의 위성사진 지도에서는 일정 배율 이상 확대하면 전체 화면이 흐려지게 해 안보 시설의 노출을 막고 있지만, 외국판 구글맵에서는 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판 구글맵의 위성사진에서도 민감 시설을 안 보이게 해 적대 세력이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야 지도 반출을 돕겠다는 얘기다.

구글은 위성사진 지도는 이미 유럽·러시아 등의 민간 업체를 통해 시중에 너무 많이 쏟아진 상태라 구글만 삭제 조처를 해도 안보 실익이 없다고 반박한다.

또 한국 정부가 미국·일본·브라질 등 타국의 구글맵 서비스를 수정하라고 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검열' 요구라는 것이 구글의 주장이다.

이렇게 의견 차이가 큰 탓에 위성 이미지 삭제는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이번 달 초 구글 본사 담당자와 이 문제에 대해 실무 협의를 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의 관계자는 "(협의체의 간사 역할을 하는) 국토교통부를 통해 우리 견해를 충분히 설명해오고 있으며, 협의체의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구글은 미국·네덜란드·대만 등에 흩어진 '글로벌 서버'에 지도 데이터를 넣어 각국의 구글맵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껏 정부 규제로 지도를 국외의 글로벌 서버로 반출할 수 없어 한국판 구글맵은 외국 서비스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진다.

한국만 국내 임시 서버를 쓰기 때문이다.

예컨대 ▲ 도보·자전거 길 찾기 ▲ 내비게이션 ▲ 실시간 교통정보 ▲ 실내 지도 ▲ 3차원 지도 같은 고급 기능을 전혀 쓸 수 없다.

◇ 국내 지도업계에 타격?…통상 분쟁 우려도 논쟁거리
구글은 지도 반출이 성사되면 한국판 구글맵의 기능이 대폭 좋아지면서 일반 사용자와 구글맵을 온라인 서비스에 쓰는 국내외 정보기술(IT) 업체가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글맵 기반이라 아직 한국 서비스가 안 되는 유명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의 국내 출시 길이 열리는 등 IT 시장의 다양성이 커지면서 혁신 촉진 효과가 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 IT 업계 일각에서는 지도 반출로 구글의 우위가 너무 커지면서 내비게이션이나 위치정보서비스(LBS) 등 토종 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이 한국에 서버 사업장을 안 만들면서 세금 부과나 규제를 피하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9일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선에 승리하면서부터는 통상 분쟁 위험도 변수도 일부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만큼 지도 반출을 무조건 반대하다가는 이후 미국 측이 지식재산권 강화 등으로 한국 IT 기업에 통상 보복을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정관계 안팎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협의체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이런 위험성을 지적하며 지도 반출을 유연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국내 IT 업체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아직 집권도 하지 않은 미국 차기 정부를 의식해 '알아서 고개 숙이기' 식으로 대처하자는 얘기"라며 "트럼프 측이 애초 구글·애플 등 자국 IT 대기업과 사이가 안 좋았던 만큼 구글에 유리한 처분을 해준다고 한미 통상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해 협의체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정치 상황은 논의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안보와 우리 IT 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가 중점 검토 사안이며 구글과 계속 대화하는 만큼 당장 (허가 여부에 관한)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