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美 37개 도시서 시위 확산·225명 체포…주말 대규모 시위 예고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사흘째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가운데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12일 오전(현지시간) 시위 중 시위대 한 명이 총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시위를 벌인 시위대가 이날 오전 일찍 윌러밋 강을 가로지르는 모리슨 다리를 건널 무렵 한 남성이 차에서 나와 시위대를 향해 몇 발의 총을 발사해 한 명이 다리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는 생명에 지장 없는 상태에 있다고 현지 경찰은 발표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10대 후반의 후드 티와 청바지를 입은 흑인 남성을 용의자로 보고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목격자들은 지난 이틀간 벌어진 시위로 용의자와 시위대가 서로 알던 사이였다고 추정했다.

정치적인 문제로 양측 간의 논쟁이 벌어져 발포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포틀랜드 시민 약 4천 명은 11일 밤 시내를 행진하며 "우리는 트럼프 당선인을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포틀랜드는 미국 언론의 트럼프 공식 당선 발표가 나오기 훨씬 전인 대통령 선거 당일(8일) 저녁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반 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도시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폭력적으로 변질했다.

시위대는 유리병, 쓰레기통, 인화 물질을 경찰에게 던지고 기물을 파손했고,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액, 고무탄을 동원해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포틀랜드 경찰은 시위를 폭동으로 간주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두려움을 느낀 인권·환경·이민·노동자 인권·성 소수자 단체가 시위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아나키스트인 '블랙 블록'이 시위대에 침투해 폭력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테러 요원인 데이비드 고메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블랙 블록 그룹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어 서로를 알아본다"면서 "기물을 파손하고 자신의 뿌리를 강조하는데 합법 시위를 활용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포틀랜드에서 25명,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185명 등 미국 전역에서 사흘째 벌어진 시위로 2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뉴욕, 시카고, 마이애미, 워싱턴 D.C 등 대도시는 물론 디트로이트, 미니애폴리스, 캔자스시티, 미주리, 아이오와시티 등에서도 소규모 시위행진이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 시민 1천 명은 11일 시내 중심가에서 평화 시위를 벌인 데 이어 12일에는 히스패닉 집단 주거지인 맥아더 공원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395번 주간고속도로를 점거한 마이애미 시위에서는 '당신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증오는 위대하지 않다' 구호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유행어인 '당신은 해고야'도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 후 9일부터 사흘간 최소 37개 도시에서 수천 명이 항의 시위를 하러 거리로 쏟아져나왔다고 추산했다.

일간지 USA 투데이는 시위대가 대선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대선 운동 때 여성과 이민자를 향한 트럼프의 비난 발언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거리로 나왔다고 평했다.

무브온닷오르그와 같은 진보 단체의 시위 촉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구전(口傳)을 통한 집회 전파 등으로 반 트럼프 시위는 확산일로에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 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전문 시위꾼'이라고 비판했다가 논란이 일자 트위터에서 '그들의 애국심을 사랑한다'고 감싸 안으며 단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