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80) 전 이탈리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자신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2일 발행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사업가로서 나의 개인사는 트럼프와는 매우 다름에도 불구하고 몇몇 뚜렷한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시인했다.

총리를 3차례 역임해 역대 이탈리아 총리 중 최장수 총리를 지낸 베를루스코니는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 뚜렷한 정치 경력 없이 포퓰리즘을 내세워 정계에 입문했다는 점이 트럼프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트럼프 역시 폐쇄적이고 대중에게 귀를 기울이지 못한 기성 정치 체계에 지친 미국 대중에 의해 당선됐다"고 강조했다.

베를루스코니도 1990년대 초반 이탈리아 기성 정치인들 대부분이 연루된 대대적인 부패 수사 '마니 풀리테'로 기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심해진 틈을 타 권력을 잡은 바 있다.

그는 "전 세계 좌파들의 전형적인 실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라며 "그들은 진정한 약자는 국가와 세금, 관료제, 통제되지 않는 난민, 실업, 테러 위협에 압도된 시민들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유럽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트럼프는 우파이지만 자신은 자유주의적인 중도파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 것을 선호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한 이상 이제 그에게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그들의 행위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의 난민문제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리즘 문제를 풀 역량이 있는 지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며 푸틴과 러시아를 배척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가 푸틴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점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과 서로의 별장에 초대할 만큼 가까운 관계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여성 편력과 탈세 등의 이슈에서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베를루스코니와 트럼프의 유사성을 조롱하며 베를루스코니의 화장한 얼굴에 트럼프의 헤어스타일을 합성한 사진이 '트럼포스코니'(Trumposconi)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