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장에 부위원장 6명·집행위원장 16명…"1천여 고위직 인선 착수"
산업계와 연결고리 대기업 임원·로비스트·자문역·거액후원자 대거 참여
이방카·도널드 주니어·에릭·쿠슈너 등 세자녀와 사위 집행위원 참여 '이행상충' 논란


11일(현지시간) 개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는 워싱턴 정가의 기성정치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로비스트, 가족들이 장악한 게 특징이다.

대통령이 되면 로비와 월스트리트를 강력히 규제하는 등 "워싱턴의 오물(drain the swamp)을 걸러내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아웃사이더'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사흘 만에 기성정치에 굴복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일까지 불과 71일 동안에 15개 장관직 조각과, 정부 1천여 개 고위직에 대한 인선을 모두 마쳐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전했다.

◇ 펜스 당선인이 인수위원장…부위원장 6명·집행위원장 16명 체제 =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부위원장으로 강등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를 이끌게 됐다.

집행위 부위원원장에는 크리스티와 공화당 경선주자였던 벤 카슨,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국방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정보국(DIA) 국장,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세션스 상원의원이 참여한다.

특히 16명의 집행위원 면면이 주목된다.

먼저 이 명단에는 트럼프가 가장 신임하는 장녀 이방카와 그녀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포함돼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도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12명에는 백악관 비서실장 2파전 중인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과 스티브 배넌 트럼프 대선캠프 최고경영자가 우선 눈에 띈다.

또 팜 본디 플로리다 법무장관과 크리스 콜린스(뉴욕) 하원의원, 톰 마리노(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 루 발레타(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 마샤 블랙번(테네시) 하원의원,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을 지휘한 스티브 너친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캠프 재정위원회 멤버 앤서니 스카라무치,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인 피터 틸, 트럼프 캠프에 거액을 기부한 레베카 머서 등이 포함됐다.

세션스 의원의 비서실장인 릭 디어본은 인수위의 상임이사를 맡는다.

이 밖에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켈리엔 콘웨이와 부선대본부장 데이비드 보시, 공보국장 제이슨 밀러, 대변인 호프 힉스, 정책국장 스티븐 밀리, 소셜미디어국장 댄 스카비노, 캠프 변호인 돈 맥건도 인수위에서 유사한 일을 책임진다.

◇ 로비스트와 거액후원자·가족이 인수위 완전 접수…"이해상충 논란" = 인수팀에 영입된 제프리 아이제나흐는 '버라이즌'을 비롯한 미국 굴지의 통신회사를 위해 수년 동안 일해온 컨설턴트다.

그는 '트럼프 내각'의 연방통신위원회(FCC) 간부들의 인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카탄자로는 '데번 에너지', '엔카나 오일·가스' 등 에너지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로비스트이다.

이들 기업의 상당수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에너지 정책에 반기를 들어왔다는 점에서 카탄자로가 짜는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팀'이 '반(反) 오바마' 성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마이클 맥케나 역시 기후변화 방지책에 비판적이었던 '서던 컴퍼니'의 로비스트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분야에서 인수팀의 독립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클 토레이는 미국음료협회(ABA), 딘 푸즈 같은 대형 식품회사를 도우면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로비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토레이는 농무부 인선을 담당하게 된다.

철강업체 '누코르'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댄 디미코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업무 인수인계를 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래 전부터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인사다.

이 외에도 미국철도협회(AAR)을 위해 로비하는 로펌의 대표인 마틴 휘트머가 인수팀의 교통·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참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파산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전직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맬파스도 인수팀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부패 일소를 내걸었던 트럼프 행정부에 후원자와 로비스트가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판했다.

WP는 특히 트럼프가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정부가 후원자나 특정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믿는 모든 이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이 같은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인수팀 관계자를 인용해 레베카 머서 등 트럼프의 일부 고액 후원자가 차기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레베카 머서는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운영하는 아버지 로버트 머서와 함께 1천550만 달러를 트럼프에 기부했다.

그녀는 트럼프의 지명으로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스티븐 너친 등 다른 후원자 3명과 함께 인수팀 최고 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 16인에 이름을 올렸다.

WP는 또한 레이 워시번과 같은 선거 모금 책임자나 스티브 하트 '윌리엄 앤드 젠스' 대표 변호사 등 주요 산업계에서 활동한 로비스트 등도 특정 정부 기관의 고용 및 계획을 책임지는 자리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세 자녀와 사위가 집행위원회에 참여한 것도 논란이다.

WP는 "트럼프 자녀들의 참여는 이해상충의 망령을 불러일으킨다"며 "왜냐하면 그들이 향후 4년간 트럼프 비즈니스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찰에 불법체류자 단속권을 부여한 애리조나 주·앨라배마 주 이민법 설계에 앞장선 크리스 코박(50) 캔자스 주 총무 장관이 주인공으로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의 새 판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은 소개했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2011년 캔자스 주 총무 장관이 된 코박 장관은 2010년 러셀 피어스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과 강력한 이민법인 'SB 1070'을 공동으로 설계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법에 따라 애리조나 주 경찰은 수상하다고 여기는 사람의 신분을 영장 없이 확인하고 멕시코 국경에선 불법체류 의심자를 검문·체포할 권리를 받았다.

불법체류는 곧 애리조나 주에서 범죄가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의 환경정책 수장으로 미국 내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 마이런 에벨(63)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환경 업적인 파리 기후변화협약이나 청정전력계획 등을 뒤집는데 선봉에 설 전망이다.

미 언론은 기업경쟁력연구소(CEI)의 마이런 에벨 소장이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기후변화 및 환경정책을 맡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에벨 소장은 새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유력하다.

에벨은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화한다는 이론을 뼛속 깊이 부정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한 친기업 인사다.

석탄 업계의 재정지원을 받는 그의 연구소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환경정책인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대놓고 비판해왔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드윈 미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에드윈 풀너 등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출신 주요 인사들도 인수위에 참여했다.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신지홍 김화영 장현구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