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국이 극심한 분열에 빠져든 모양새다.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미국 주요 도시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반대하는 시위가 번지는 것에 궤를 맞춰 봉인 해제된 백인우월주의가 곳곳에서 기승을 떨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여러 학교에서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이라는 낙서와 나치문양(하켄크로이츠)이 동시에 발견됐다.

'미국을 다시 하얗게'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구호를 미국을 백인의 세상으로 만들자는 내용으로 바꾼 것이다.

뉴욕 주 웰스빌의 공원 담벼락에서 나치문양과 더불어 이 문구가 발견됐다.

미네소타 주 메이플 그로브의 한 고교 화장실에서는 '아프리카로 돌아가라', '오직 백인만', '트럼프와 함께 백인의 미국'이라는 문구도 나왔다.

텍사스 주 오스틴 인근 샌 마르코스의 텍사스 주립대학에서는 다른 인종 학생을 위협하는 전단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단에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하원을 석권한 지금이 누군가를 흠씬 패줄 자경단을 조직해야 할 때'라면서 '말도 안 되는 다양성을 지껄여 온 일탈적인 대학 지도자들을 검거해 고문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내 무슬림을 공격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주립대와 루이지애나 주 한 대학에서 여대생의 히잡을 벗기려는 시도도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가 칼로 무슬림 여대생을 위협했다는 트위터 제보도 인터넷을 돌고 있다.

전문가와 교육자들은 대선 후 벌어진 연쇄 인종차별적인 행동, 낙서, 범죄가 트럼프의 당선과 연계된 것으로 분석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불안을 조장하는 이런 행동을 억제하는 데 주요한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펜스테이트 대학 문화센터 담당자인 카를로스 와일리는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인종차별적 공격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 인종 증오 성향을 숨겨온 이들의 반발로 보인다"면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제 내놓고 남을 경멸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와일리는 '통합'을 강조한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승리 연설에서 안도했지만,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트럼프 당선인이 서둘러 실행하지 않으면 그의 지지자들이 분노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화풀이할 가능성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사회학과 흑인 관련 학문을 가르치는 에니드 로건은 "트럼프의 승리는 백인우월주의자의 시각을 정당화했다"면서 "무슬림 사상 검증,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주장하고 멕시코 출신 이민자를 비하한 트럼프가 백인의 지지로 당선됐다"며 트럼프의 선동이 백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