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서 비공식 만찬 "정책 결정 없어…외교 정책 일관성 확인 위한 것"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것과 관련해 비공식 만찬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EU 각국 외무장관들이 오는 13일 브뤼셀에서 만나 트럼프 당선이 대미 외교에 미칠 파장 등을 논의한다.

EU 고위 외교관은 "(이번 회의에서) 정책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각 회원국이 외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그동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이란·시리아 문제 등을 긴밀히 협력해 왔으나, 오는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뒤에도 이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내내 기존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사항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특히 유럽을 향해 "더는 유럽 국가를 공짜로 보호할 수 없다"면서 안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동맹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반면, 유럽과 군사적 대치관계에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EU는 이번 회의에서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대한 책임으로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제재 연장 여부를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EU의 대 러시아 제재는 올해 말까지로 예정돼 있다.

EU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가 민스크 협정 이행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상 독일과 프랑스는 대 러시아 제재의 연장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국이지 민스크 협정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행 의무를 질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EU 내에서도 이탈리아와 헝가리, 그리스 등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러시아 제재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시리아 알레포에 폭격을 가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주장에 강력히 반대했고, 추가 제재는 결국 무산됐다.

EU 외교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고 EU에도 비슷한 조치를 요구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만일 미국이 이 같은 변화를 보일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EU 회원국 간 통일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유세 기간 미국이 이란 핵합의안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지난 7월 성사된 이란 핵합의 또한 되돌려 놓을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브뤼셀·서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