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서구 지배한 관계"…메이에 가능한 한 빠른 방미 요청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나눴던 것과 같은 긴밀한 관계를 되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후 메이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영국은) 나와 미국에 아주 많이 특별한 곳"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영국 ITV와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화통화에서 가능한 한 빨리 메리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가장 큰 영광'일 것이라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

또한 두 사람은 양국 간 특수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으며 "상호 교역과 투자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영국 총리실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좋은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참고할 만한 기준점으로 레이건·대처 관계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1980년대 전체에 걸쳐 서구권을 지배한 영미간 긴밀한 관계를 되살리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준 것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설명했다.

윈스턴 처칠 시절부터 '특수관계'라는 용어가 쓰일 정도로 서구의 이해를 대변하는 두 강국인 영미는 가까웠지만, 대처와 레이건은 특별한 친밀감을 유지한 정치적 동반자로 평가받는다.

대처 전 총리가 1979∼1990년,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1∼1989년으로 집권 기간이 겹친 두 정상은 강력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쳤다.

이들 정책기조는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으며 그 유산이 지금도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처는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해빙 무드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함께 냉전 종식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치 이력이 없는 공화당 대통령과 진지하고 근면한 스타일인 영국 총리의 만남이라는 것에 더해 여러 부분에서 두 쌍의 전·현직 영미 정상들의 관계에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ITV는 지적했다.

레이건은 배우 출신이었고 트럼프는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이다.

메이는 대처가 1990년 총리에서 물러난 지 26년 만에 탄생한 영국의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진중한 태도 때문에 종종 '철의 여인'에 비유되곤 한다.

메이와 트럼프는 모두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이 세계화 흐름 속에 소외돼 있다는 시각도 공유한다.

미국에서 대선 경선이,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운동이 치열했을 때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브렉시트 지지를 언급했다.

물론 두 정상 간에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고 외교·안보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메이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확고하게 지지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여러 차례 동맹관계에 회의를 표시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메이 총리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호감을 보이고 있다.

메이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나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한다.

다만 브렉시트로 양국 정상은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영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맨 앞줄'에 있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런던·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