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 LG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알고 있었다?
지난 주말 LG경제연구원 연구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선 승리 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대부분의 미국 내 매체와 여론조사 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점칠 때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만큼 한정된 인력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클린턴 당선에 따른 시나리오는 만들지도 않았다.

LG경제연구원이 사용하고 있는 미 대선 예측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현재 집권 중인 대통령의 임기 1년차 경제성장률과 임기 마지막 해인 4년차 성장률을 비교해 다음 대선 결과를 예측한다. 4년차 성장률이 1년차와 같거나 높으면 집권당이 승리하지만 낮으면 패배한다. 이 법칙은 2차 세계대전 후 경제 시스템이 안정기에 접어든 1960년대 이후 미 대선에서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적용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은 2013년 1.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이 1.6%, LG경제연구원은 1.4%를 예측하는 등 1년차 실적을 밑돌 전망이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 패배하고 트럼프 당선으로 이어졌다.

LG경제연구원이 이 같은 모델을 처음 도입한 건 미국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치열한 승부를 벌인 2000년 대선이다. 연구원들은 안갯속 판세를 예측하기 위해 여러 선거 예측 모델을 하나씩 검증했고 집권기 성장률 비교가 가장 유효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불명확해 보이는 개인의 판단이 모아놓고 보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는 《군중의 지혜》라는 책에 영향을 받았다”며 “개인들이 느끼는 경기 등락이 부동층 표심에 영향을 줘 대선 결과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내에서는 이 모델의 적중률이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중산층이 줄고 부유층과 빈곤층이 늘어나는 ‘쌍봉형’으로 미국 계층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성장에 따른 과실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하며 성장률을 기초로 한 예측도 앞으로 들어맞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