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빼앗는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주장 호소력 발휘…'변화 열망' 자극도 적중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상징하는 대표공약으로는 반(反)이민 정책이 가장 많이 꼽히지만 정작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반(反) 자유무역협정 기조였을 수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등 중서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싹쓸이했다.

위스콘신은 1984년,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은 1988년, 오하이오는 2004년 이후 공화당에 승리를 안기지 않은 곳으로, 민주당에는 일종의 방어선 같은 지역이었지만 이번에 모조리 트럼프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들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외국과의 경쟁, 무역 압박에 의한 제조업 타격과 일자리 감소가 이민 문제보다 더 분명한 걱정거리라고 WSJ은 설명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불법이민에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카운티별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 분포를 살펴보면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정책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러스트벨트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성적이 특히 좋았던 곳들이 도시지역 제조업 중심지였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오하이오주에 속한 철강산업 중심 도시 캔턴의 스타크 카운티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보다 17%포인트 가량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여기는 4년 전 대선에서는 민주, 공화 양당으로 표가 나뉘었던 곳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북미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FTA 등 '잘못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대거 없어졌다며 집권시 재검토 또는 철회를 공언했다.

이 같은 주장은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 특히 노동계층에 큰 호소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선거 당일인 8일 출구조사에서도 최우선 현안으로 경제를 꼽은 사람이 46%였다.

이민 문제라고 답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57%는 무역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세부 현안을 뛰어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변화'였다.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70%가 지지 후보 선택에 있어 변화를 가져올 인물인지가 적절한 경험이나 판단력을 갖췄는지, 평범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인물인지보다 더 중요했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