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후 달라진 모습에 아시아시장 전날 충격 만회
"부정적 여파 과장돼"…통상압력·환율변화 등 위험요인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금융시장이 당분간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란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10일 금융시장은 예상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수락 연설에서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화합을 강조한 데다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 등 그의 대선 공약 중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몰고 올 정책 변화의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꼬리위험'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트럼프, 악재서 호재로…아시아 증시 급등

이날 금융시장은 트럼프 당선 관련 우려감이 완화하면서 전날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을 나타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1.1원 오른 1,150.6원으로 장을 마쳤다.

당선 결과가 발표된 전날 원/달러 환율이 14.5원 오르면서 패닉 양상을 보인지 단 하루 만에 불안심리가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44.22포인트(2.26%) 오른 2,002.60으로 장을 마감해 2,0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는 23.49포인트(3.92%) 급등한 623.2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아시아시장도 대부분 강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6.72% 상승한 17,344.42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12%, 선전종합지수는 1.37% 상승 마감하는 등 중국 증시도 호조를 보였다.

◇ '화합 강조' 수락연설에 시장심리 안정

금융시장의 빠른 회복세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심화해 한동안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예상외로 차분함을 금세 되찾은 데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수락 연설이 포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게 일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당선 연설에서 "분열의 상처를 봉합하자"며 화합을 강조했고 향후 미국 경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퍼졌다.

'대통령 트럼프'가 '대선 후보 트럼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힘을 얻은 영향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공약의 긍정적인 측면이 재조명된 것도 빠른 심리 회복에 보탬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법인세 및 소비세를 대폭 삭감하고 인프라 관련 지출을 확대할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공산당 후보가 아닌 공화당 후보"라며 "언론에서 트럼프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한 데다 의외의 선거결과가 나와 전날 일시적인 충격이 온 것일 뿐이다"라고 분석했다.

발생 가능성은 과소평가한 대신 시장 영향은 과대평가한 것이란 설명이다.

◇ 당장은 시장안정 됐지만 안심은 못 해

시장은 이르게 안정을 되찾았지만 향후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트럼프 효과에 따른 시장 혼란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가 세계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는 '꼬리위험'(tail risk)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트럼프가 이전에 했던 발언이나 공약들이 모두 현실화되기란 어렵다고 본다"며 "향후 공약 실행이 과격하게 진행되느냐,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에서 진행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실장은 "시장 평판이 괜찮은 인사들로 경제·외교 참모진을 구성한다면 트럼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한 사람에 의해 미국의 모든 정책 기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공언한 정책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과 그와 연관한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 압력 등은 한국을 포함해 주변국에는 부정적인 파급 요인이다.

황 실장은 "보호무역주의는 장단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환율 조정 압력을 넣고 이는 원화 강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꼬리위험으로 작용해 향후 세계경제에 급격한 충격을 몰고 올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꼬리 위험이란 발생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일단 한번 발생하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변수를 말한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은 내년까지 미 경제에 부담이 되면서 기업투자 및 고용 둔화, 소비자 및 기업신뢰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의 당선은 꼬리위험을 몰고올 이벤트로 비화할 수 있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