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부동산개발업계에서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사나이’로 불린다. 그는 34세이던 1980년 미국 뉴욕 한복판의 다 쓰러져가던 호텔을 허물고 하얏트그랜드호텔을 새로 지으면서 미국 개발업계 샛별로 떠올랐다. 이후 자기 이름을 딴 58층 주상복합 트럼프타워를 비롯해 뉴욕 맨해튼 곳곳에 초고층 빌딩을 올리며 미국 제1의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외 디벨로퍼는 대통령 트럼프와 그가 이끌어나갈 미국의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선 디벨로퍼로서 그가 지닌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빈 땅에 어떤 건축물을 지을지 기획하고 설계·시공·금융·홍보 등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사업을 완성한 디벨로퍼로서의 경험이 대통령직 수행 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1990년대 후반 국내 그의 이름을 딴 주상복합빌딩 ‘트럼프월드’를 짓는 건설 프로젝트 팀장(대우건설 재직)을 맡았던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트럼프를 매우 꼼꼼하고 세심한 사업가로 기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 ‘트럼프월드’를 짓고 싶다고 제안했더니 먼저 설계를 맡을 건축가를 미국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건축가를 직접 만난 트럼프는 디자인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건물 색깔과 모양 등 매우 세세한 부분에까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디벨로퍼 우영식 영우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2009년 AIG 뉴욕본사 빌딩 인수를 앞두고 트럼프와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나를 보더니 손가락질을 딱 하며 기선제압을 하려 했다”며 “개발업계에선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트럼프는 그게 몸에 익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우 대표는 “AIG 빌딩을 매입하자 트럼프가 찾아왔다”며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을 사 센세이션을 일으키니까 그제야 상대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개발회사 로(ROE)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는 노정범 회장은 “한국과 달리 미국 디벨로퍼는 직접 자금을 동원해 자신의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며 “평판과 신용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엠디엠 회장)은 “수년 뒤 건물이 완공돼야 구체적인 이익이 손에 들어오는 디벨로퍼는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디벨로퍼로서 반세기를 살아온 만큼 다양한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