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 클린턴만 챙기던 아베 '화들짝'…트럼프와 긴급회담키로
일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으로부터 미·일 경제협력과 안보동맹을 보장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사진)는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직후 가와이 가쓰유키 총리보좌관에게 오는 14~18일 미국을 방문하도록 지시했다. 10일 트럼프 당선자와 전화통화한 뒤 17일 뉴욕에서 긴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19~20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자신이 직접 트럼프를 만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선거 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지난 9월 방미 때는 트럼프를 빼놓은 채 클린턴과만 회담했다. 총리관저에서는 지난 만남이 트럼프 당선자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한 발언을 볼 때 그동안 굳건했던 미·일 동맹이 큰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주일미군 철수와 미·일 안전보장협약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일본에 미군 주둔 경비 부담을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미국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일본의 이런 우려를 감지한 듯 “미국에 코너스톤(주춧돌)이 되는 관계는 어떤 정부에서나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조기 발효와 엔저(低) 용인도 아베 정부가 트럼프 당선자 측으로부터 약속받고 싶은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그동안 TPP 탈퇴를 요구하고 일본 정부의 엔저 유도 정책을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중심 무역질서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TPP의 중요성과 조기 비준 필요성을 트럼프 당선자 측에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도 엔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 하락) 탈피라는 일본 내부 사정에 따른 것이란 점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