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미국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중국에 대처해온 대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10일 트럼프 차기 정부의 정책수정에 따라 미중관계, 나아가 동북아 경제안보 환경이 급변할 것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날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대미 관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각 정부부처에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관계 당국에 미국·대만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을 포함한 미국 관련 사안들을 점검하고 양국간 경제 협력을 확대할 것을 원한다는 뜻을 미국의 새 정부에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전날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전문을 보내 "당파를 불문하고 대만은 미국과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과 미국은 양국 우호를 공동 가치로 삼아 민주, 자유, 인권의 공동 신념을 바탕으로 지역 안정과 경제 번영, 국제협력을 강화해왔다"며 "이는 정파를 불문한 양국간 공식합의로 선거결과에 따라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출현을 마주한 대만 정부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차이 총통은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치 않은채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일본에 접근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할 고립주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은 차이 총통의 이런 구상에 엄청난 차질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추이(邱毅) 전 의원은 "차이잉원 정부의 악몽이 실현됐다"며 "현 정부가 내건 주요 대외정책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며 차이잉원 경제외교 정책 실패를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안보 측면에서 대만을 포기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속한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차이 총통은 트럼프 당선인의 TPP 탈퇴 입장으로 인해 TPP 가입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대만 정부는 그간 미국이 추진하는 TPP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놓고 대외경제 정책에 중국을 배제하면서 RCEP보다 TPP 가입에 무게를 실어왔다.

그렇다고 92공식을 인정치 않고 있는 차이 정부에게는 중국이 이끄는 RCEP 가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만 중국시보도 양안의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RCEP 가입 추진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RCEP 가입 승인을 빌미로 대만 정부에 92공식을 인정하라는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이신(陳一新) 단장(淡江)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지만 TPP보다 먼저 RCEP 가입부터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lovestaiw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