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자문들 저금리 부작용 지적…"정책중심 통화→재정으로 전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수개월 내 미국의 정책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 중심으로 선회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트럼프의 자문역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을 정치적이라고 거듭 비판해왔다는 점에 비춰 공석으로 있는 연준 이사 2명을 매파로 임명,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트럼프의 경제자문팀 중 한 명인 쥬디 셸턴은 FT에 "미국 중앙은행이 거짓 경제를 만들었다"면서 트럼프는 그와 생각이 비슷한 이가 연준을 이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셸턴 자문역은 "트럼프는 연준의 개입과 연장된 부양적 통화정책이 거짓 경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캠페인 과정에서 거듭 밝혀왔다"면서 "평생 일한 사람들이 저금리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경제자문위원회 소속인 토머스 바락 콜로니 캐피털 대표이사는 "(재정과 통화정책 조합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성장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개입 외에 다른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문역인 헤지펀드 매니저 앤서니 스크라무치도 "나는 우리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확실하게 전환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중앙은행가들은 의자의 다른 다리를 몹시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FT는 이같이 트럼프의 경제자문역들은 미국 연준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쓰임새가 다했다고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신 향후 수개월 내에 인프라투자와 세제개혁, 규제 완화 등 성장을 부양할 다른 조처들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오는 12월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을 시사하면서 점진적 금리 정상화의 길을 밟으려던 연준의 통화정책도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옐런 의장에 대해 정치적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령에 따라 민주당에 유리하게 선거 후로 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을 퍼부어 왔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 인상은 크고 못생긴 버블을 터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로, 바로 해임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 연준 이사회 공석 2석을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성향 위원으로 채워 넣을 수는 있다.

원래 FOMC 의결권은 연준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이사회 7명에 연은 총재 12명 중 5명을 더해 모두 12명에게 주어지지만, 현재는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의회에서 비준이 안 돼 연준 이사회에서 두 자리가 비어 있다.

통상 연준 이사회는 정치권에서 임명되므로 비둘기파 성향이 강한 반면에 연은 총재들은 금융권 입김이 반영돼 매파성향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FOMC의 분위기를 매파 쪽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이와 관련 셸턴 자문역은 연준에 대한 비판은 선진국 전반의 정책 재고의 일환이라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최근 성명에서 초저금리가 저축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나쁜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 체제에서 연준은 경제성장을 부양하고 실업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쳤다.

일부 보수적 경제학자들은 이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재정 안정성 저해와 물가상승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NYT는 트럼프 정부에서 임명되는 공직자들은 연준에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을 종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그들이 더 빠른 금리 인상을 선호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NYT는 덧붙였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의 중앙은행 전략부문장은 "트럼프가 임명할 연준 이사가 더 매파성향일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