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해외전략 수정 고민…"멕시코 거점 타격받을라"
건설기계·철강업계도 긴장…美 성장노선 펼 땐 수혜 기대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일본 산업계와 경제부처는 미국의 보호무역정책 강화와 엔고 전환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산업계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제대로 발효될 지에 대한 우려도 퍼지고,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장래 실적 불투명성을 걱정하고 있다.

엔저를 통한 수출확대가 지탱해온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트럼프가 일본의 대미 수출이 미국 제조업을 약화했다고 공격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공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실제로 실행하면 세계 실질경제성장률이 연간 0.4~0.8%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추산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일본정부 경제부처나 재계에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경제나 일본기업의 해외전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상전략 재고도 필요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다만 "풍부한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대통령이 취임하면 미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의 공약 가운데 감세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확대 등 성장친화적인 정책이 실행되면 일본기업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대통령 개인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데 대한 기대감도 있다.

트럼프 정책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곳은 일본 자동차업계다.

그가 선거전에서 일본차나 일본제품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되풀이해서다.

전날 초강세로 전환했던 엔화는 이날 달러당 105엔대로 원위치했지만, 트럼프가 일본의 환율정책을 자주 비판한 것을 놓고도 여전히 경계감이 높다.

자동차 대기업의 간부는 "달러당 100엔 밑으로 엔고가 진행되면, 국내에서 연간 1천만대를 생산해 500만대를 수출한다는 대전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다른 자동차 업체 간부는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에 이은 고민거리다"며 해외전략 수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 관련 회사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과 멕시코와의 관계에 있다.

4월 멕시코에 자동차용 유리공장을 신설한 아사히유리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친다는)트럼프 발언이 현실이 되면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자동차, 부품, 소재 회사들은 미국에 대한 수출 거점으로 멕시코를 활용하고 있다.

닛산은 2017년 멕시코에서 합작공장을 가동하고, 도요타자동차도 2019년 멕시코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만들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검토까지 단행하게 되면 북미 자동차 생산·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북미 건설기계시장에서 미국 캐터필러와 점유율을 다투는 고마쓰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캐터필러는 엔화 하락으로 고마쓰와 경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서다.

철강업계도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황이다.

미국이 올해 들어 일본의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 대해 연달아 반덤핑 관세 적용을 결정한 조치가 트럼프 시대를 맞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운송업계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수송을 하는 긴테쓰익스프레스의 도리이 노부토시 사장은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제물류에 대한 영향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TPP의 발효가 좌절될 경우에도 국제화물에 대한 영향은 크다.

ANA홀딩스의 가타노자카 신야 사장은 "일본과 미국 간의 항공수요 축소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기대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산토리홀딩스 니나미 다케시 사장은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일본 재계와 정부에서는 이처럼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아직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형국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