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급부상에 보수적 정책도 '봇물'…"호주 평판 훼손" 지적도

호주 사회에 극우 정당의 부상이나 외국인 투자 규제, 강경한 난민정책 등 보수주의적 색채가 날로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사회 저변의 지지를 바탕으로 극적으로 당선되면서 더 강화될지 주목된다.

극우성향의 폴린 핸슨 상원의원이 이끄는 '하나의 국가'(One Nation)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로 껑충 뛰었다.

지난 7월 총선 당시만 해도 지지율은 1.3%에 그쳤다.

이민 및 외국인 투자 규제를 앞세운 이 정당은 총선 전만 해도 연방 의회 의석수가 제로였으나, 과반 정당이 없는 상원에서 4석을 차지하며 정치의 중심에 섰다.

이에 자극을 받은 듯 보수성향 집권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도 국경 통제나 동성결혼, 외국인 투자 문제 등에서 보수색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맬컴 턴불 총리는 배를 타고 호주를 찾아오는 망명 희망자, 소위 보트피플(선상난민)에게는 관광이나 사업, 결혼 등 어느 목적이든 추후 호주 입국을 평생 금지하겠다며 강경책을 내놓았다.

턴불 총리는 밀입국 업자들을 근절하겠다며 이같이 밝혔지만, 야권 일부와 인권단체 등에서는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턴불 정부는 선상 난민을 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역외 시설에 수용 중인 난민 약 1천400명을 제3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턴불 정부는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에서도 야권의 분명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다 실패로 돌아갔다.

턴불 정부는 내년 2월 동성결혼 합법화를 놓고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며 안건을 연방 상원에 제출했으나 지난 7일 표결에서 패배했다.

야권은 국민투표 시 동성애자 혐오감 증폭, 국민 분열, 세금 낭비만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의기관인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호주 정부의 현재 태도라면 10년 이상 논쟁거리가 돼 온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다음 총선이 있는 2019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이와 함께 호주 정부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호주의 다문화주의 정착에 기여해온 인종차별반대법도 손 보려 하고 있다.

턴불 총리는 이 법 개정에 미온적이었으나 지난 8일 표현의 자유를 불합리하게 제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의회에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호주 정부는 지난 4월과 8월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목장기업과 배전 사업망 사업 인수에 연이어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9월 강경 보수파인 토니 애벗 당시 총리를 밀어내고 현직에 오른 턴불 총리는 동성결혼이나 기후변화에 공감을 표시해, 합리적 보수파라는 평가와 함께 집권 초기 8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턴불 총리는 지난 7월 총선에서 겨우 재집권에 성공, 당내 보수 강경파에 휘둘리게 되면서 점차 보수적인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페니 웡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호주 사회의 외국인 혐오증이나 보호무역주의가 "정부와 재계, 학계, 문화계의 많은 호주인이 쌓아온 아시아 내 호주의 긍정적 평판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극우성향 핸슨 의원과 자유당 출신 브론윈 비숍 전 하원의장은 9일 각각 캔버라와 시드니의 트럼프 지지자 모임에 참석해 트럼프의 당선을 반겼다.

핸슨 의원은 트럼프가 정치 기득권 세력에 도전해 "시민의 승리"를 일궈냈다고 환영했으며, 비숍 전 의장도 자신이 만나본 트럼프가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었다"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처음에는 공격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훌륭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