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국경장벽의 설치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클라우디아 루이스 마시에우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현지 방송인 텔레비사와 인터뷰에서 "국경장벽 설치 비용을 낸다는 것은 우리가 함께 일할 때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되므로 통합을 마음속에 그리는 우리의 생각과 맞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마시에우 장관은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양국 관계는 변화할 운명에 처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3천350만 명의 멕시코 이민자와 그 후손들이 미국에서 살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불법이민과 마약밀매를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약 12m 높이의 장벽을 설치하고 비용을 멕시코가 대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은 현재 멕시코 국경지대에 5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지만, 불법 이민자와 마약밀매업자가 언제든 맘만 먹으면 넘나들 수 있어 높이를 더 높인 장벽으로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6년 국경 강화를 위한 '안전한 국경 장법 설치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애리조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주에 불법 이민을 막는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길이는 3천206㎞지만 접경지역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 탓에 철제 펜스는 군데군데 잘린 채 설치된 상태다.

멕시코가 장벽 설치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멕시코는 미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도 장벽 건설 비용 지불 불가 방침을 수차례 천명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트럼프와 비공개 면담을 한 뒤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와 한 회동 초반에 멕시코가 장벽 설치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