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서 공화 후보 16명 차례로 꺾고 '아웃사이더'로 대선후보 등극
공화당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불가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단순히 '아웃사이더 시대'가 열렸다는데서 의미가 그치지 않는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에이브러햄 링컨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낳은 162년 전통의 보수 정당, 공화당을 그가 삼킨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엘리트 후보 16명은 경선 과정에서 공직 경력도, 군 경력도 전혀 없는 철저한 '아웃사이더' 트럼프에게 줄줄이 패배, 결국 당 대선후보를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공화당 주류의 희망으로 여겨졌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은 트럼프의 압도적 개인기에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아예 트럼프 캠프로 투신했다.

노예 해방과 불법이민자의 사면 등 역사적 결정을 통해 미국사를 새롭게 써왔던 공화당이 막말과 기행을 일삼고 반(反)이민 정책을 공약한 극단적 아웃사이더에게 통째로 넘어간 것이다.

공화당은 이제 더이상 미 동부 연안의 주류, 사교계 일부 명사들이 지배하는 당으로 남을 수 없게 됐다.

어쩌다 공화당은 왜 이렇게 추락한 걸까.

공화당은 극단적 보수주의자 배리 골드워터를 당 대선후보로 선출한 1964년 '대분열' 이래 지금과 같은 정체성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집권하고 연임하는 8년 간 공화당은 철저하게 부서졌다.

연방정부 셧다운과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서민들의 환영을 받은 오바마 케어 좌초 시도, 이민개혁과 총기규제 반대 등 정책과 대안 부재 속에 '반(反) 오바마'로 일관하며 미국인의 외면을 받았다.

또 하원의장까지 몰아낼 정도로 기승을 부린 극단주의 티파티 세력은 건재했다.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이라고 부를 정도의 외국인 혐오와 극단적 포퓰리즘을 보여준 트럼프의 출현은 이런 대책없는 공화당 정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워싱턴 기득권 정치에 분노하고 좌절한 미국인들의 다수는 결국 공화당 기득권을 버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주장에 갈채를 보냈다.

비록 공화당은 상·하원 승리로 다수당의 명백은 유지했지만,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