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국서 사드 반대여론 강하면 영향을 수도"
"확장억제 공약 불변…전략무기 상시배치 어려울것"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 군사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와 확장 억제 정책 등에도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한국에 대해 동맹의 안보비용 부담 증액을 강하게 요구해왔으며 심지어 비용 분담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한미군도 철수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한미 군사관계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9일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것으로 본다"면서 "한미동맹도 자칫 취약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최정점에 도달하면서 가장 중요시되는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에 어떤 변화가 올지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 미사일방어(MD) 체계 등의 수단이 핵심인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이런 공약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은 B-1B 전략폭격기, 이지스 구축함, 핵 추진 잠수함 등의 한반도 상시배치 등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국익을 앞세워 현행 동맹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략무기 상시배치와 같은 조치는 더욱 현실성이 없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안보 동맹과 관련한 질문에 "나도 계속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엄청나게 부유한 대국들을 보호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합리적으로 보상받지 못한다면…이들 나라에 '축하해, 앞으로 스스로 지키게 될 거야'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동맹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겠지만,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려면 그만큼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한 번 출격하는 데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되는 미국 확장억제 전력의 한반도 출동 횟수도 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그 실행력 비중이 낮아지면서 더욱 '선언적' 차원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미국내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확장억제 전력을 한국에 상시 전개하는 것보다 원거리에서 전략·전술핵무기 등 확장억제 전력을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이 약화할수록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론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펼칠 외교정책 방향에 관해 설명하며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인 핵무장 용인에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박 교수는 "트럼프가 막상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세계적 비확산 체제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도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높아지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입장을 거듭 천명하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내년 상반기 배치를 희망하는 사드 문제도 변화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한미간 합의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없는 일로 하지는 않겠지만, 배치 시기가 늦춰지거나 한국에 배치 비용 분담을 새롭게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내에서 사드배치 반대여론이 다시 높아질 경우 '직선적인 성격'의 트럼프가 "한국이 반대하는 것을 왜 하냐"는 논리로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군사정책도 철저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지를 계산해서 새로 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