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앞 당선축하 이벤트 북적…트럼프 "단합된 국민되자" 첫 인사
지방서 달려온 지지자들 "변화 원해…정치인 아니니 나라 올바르게 이끌 것"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벅찬 감동 속에서 승리의 첫 밤을 보냈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 '힐튼 미드타운 호텔'의 연회장에서 8일(현지시간) 밤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대형이벤트가 열렸다.

트럼프의 거처가 있는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대접전의 개표를 함께 지켜보기 위한 이날 모임에는 미리 초청받은 지지자들이 저녁부터 삼삼오오 입장하기 시작했다.

금세 연회장을 꽉 채운 이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이 쓰인 빨간 피켓을 들거나, 빨간 모자를 쓰고 단합을 과시했다.

빨간색은 미 공화당의 상징색이다.

개표 방송이 시작되자 이들은 연회장 내부에 설치된 TV들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州)별 승패를 실시간으로 따라잡았다.

여론조사 등 각종 예측을 뒤엎고 트럼프가 승기를 잡아가면서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고, 우세가 굳어진 밤 10시 이후부터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들은 '대통령 트럼프!', 'USA!'라고 함께 외치며 수십 개의 성조기가 줄지어 놓인 연회장 중앙 무대로 트럼프가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라는 이라는 구호도 반복됐다.

9일 새벽 2시 44분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부인, 자녀들과 함께 먼저 무대에 등장했다.

펜스 당선인은 "오늘은 역사적인 밤이다.

미국인은 새로운 챔피언을 선출했다.

"면서 "아주 겸허한 자세로 이 순간을 맞는다.

우리를 신뢰해주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딸·아들·사위와 함께 2시 47분께 등장했다.

지지자들의 박수에 호응해 함께 박수를 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먼저 공직에서 오랜 기간 일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이제는 분열의 상처를 감쌀 시점이다.

하나의 단합된 국민이 되자.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호텔 앞 도로는 이날의 '대이변'을 보도하기 위해 달려온 취재차량과 기자들로 북적였다.

초저녁까지만 해도 취재차량이 갓길에 정차한 가운데 취재 기자들의 수도 많지 않았으나, 트럼프의 승리가 굳어지는 것과 비례해 기자 수가 불어났다.

호텔 앞 도로는 물론 행사장으로 통하는 건물 2층 로비에서도 기자들이 마이크를 잡았고, 일부는 바닥에 앉아 빠른 손놀림으로 노트북을 두드리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등장하는 순간을 준비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주변은 마치 러시아워 때 같았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면서 심야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행사장 입장을 기다리던 마이클 커크랜드 목사는 "이 행사에 오려고 어제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뉴욕으로 왔다"면서 "역사적인 현장에 있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돈에 의해 나라가 움직이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트럼프는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이기 때문에 미국을 바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40대로 보이는 백인 여성 헤슬리 시넥은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를 "모든 사람이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라면서 "전 세계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췄으며,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백인 남성 리 앰더스은 "분위기를 보려고 이곳에 왔다"면서 "공포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한탄했다.

그는 트럼프 재임 기간 미국은 5년 뒤로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근 트럼프타워에도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건물 내부의 바(bar)에 모여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했다.

지지자뿐 아니라 맨해튼의 회사원과 같은 옷차림의 사람도 다수였다.

트럼프 캠프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모두 기분이 들떠있다"며 열기를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박성제 특파원 quintet@yna.co.kr, seo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