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다수 클린턴 지지…결과 당혹해하며 다가올 여파에 촉각
일각선 '불이익' 우려 분위기도…"정치력 신장 한동안 주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대이변이 연출되자 재미동포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인사회가 직면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재미동포의 93%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또 SCMP 조사에 참여한 한인의 63%는 트럼프에 대해 '도덕적으로 대통령에 부적합하다', '예측불가능하다', '분열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우호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한인사회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에도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그의 당선에 대비해 후원금을 내거나 캠프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행여 불이익이 있지나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마저 감지된다.

한인으로는 첫 직선 시장에 올라 재선까지 성공했던 강석희 전 어바인시장(민주당)은 이날 국제전화 통화에서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번 결과로 한인사회는 위축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는 '이민자가 더는 못 들어 오게 담을 쌓을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의 이민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며 "그의 이런 시각 때문에 앞으로 미국에 이민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는 어려워질 것이며, 불법체류 한인들의 생활도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에게 주어지는 세금 크레딧 등을 취소하고 이 기금을 전용해 미국 안보 및 이민법 수호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시민권을 불법 체류자에게는 폐지하고, 난민이나 소외계층 관련 복지 프로그램도 폐지 또는 제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미국 기업에 외국인이 취업할 때 발급하는 취업 비자인 H-1B의 적정임금 인상, 비자관련 범죄 강력 처벌, 미국 노동자들을 가장 우선시하는 취업이민 시스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감금 등도 언급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오리건주에서 주상원의원 3선, 주하원의원 2선을 지낸 임용근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 회장은 "나는 공화당이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놀랍다"며 "그의 반이민 정책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한인 스스로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는 길은 정치력을 신장하는 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은 교육, 사회보장, 비즈니스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협정 체결 전국후원회장을 맡았던 신현웅 독도지킴이 미국 전국의장은 "성공적 이민생활을 위해 근면절약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의 자녀교육과 한인 기업의 경영환경도 국책사업을 통해 경제회복을 꿈꾸고 반이민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정부에서는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한인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한인이 트럼프 정부의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나아가 한인의 정치력 신장을 더욱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김재권 회장은 "클린턴의 당선을 바라던 한인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라며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트럼프에게도 재미동포를 대신해 후원금을 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캠프의 주요 위치에서 일한 한인이 거의 없어 백악관을 비롯해 국무부, 상공부, 노동부 등 요직에 기용될 확률도 낮을 것"이라며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은 한동안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제한적이긴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임소정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선거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마치 나라가 큰일이 일어날 것처럼 걱정들을 많이 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그가 중산층이 많은 한인의 고민거리인 의료보험 문제를 오히려 바로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