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대이변을 일으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를 거두면서 멕시코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멕시코 페소 가치는 이날 개표 초반만 해도 상승세를 보였다가 개표 중반 이후 트럼프가 앞서 나가자 한때 전날보다 11% 이상 하락한 달러당 20.70에 거래되는 등 사상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페소 가치는 핵심 경합 주인 플로리다 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미 대선 기간 멕시코 페소 가치는 트럼프의 지지율과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다.

페소화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가치가 하락하고 지지율이 하락하면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노무라증권은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21∼29페소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멕시코 페소 가치가 트럼프의 향배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의 '반(反) 멕시코' 대선공약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과 범죄자로 비하하며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의 비용으로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멕시코는 장벽 건설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겠다고 맞섰지만,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장벽 건설 공약이 현실화되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갈등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는 대선공약으로 NAFTA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고 밝힌 터라 국내 생산품 중 80%를 미국에 수출하는 멕시코 경제가 큰 위협을 받게 됐다.

멕시코는 중국, 캐나다에 이은 미국의 세 번째 무역파트너다.

멕시코와 남미의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서 판매되는 포드 자동차에 대해서도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도 멕시코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같은 공약이 모두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의 표심을 얻고자 한 수사에 그쳐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는 경우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멕시코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9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자국에 '허리케인'에 버금가는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고 언급하며 깊은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멕시코는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기도 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을 비롯한 재무부, 경제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2일 회동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17일에는 멕시코 중앙은행의 차기 금융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어 어떤 대응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멕시코 금융당국은 그간 트럼프 지지율이 강세를 보이면 금리 인상과 시장개입 등을 통해 환율을 지지해왔다.

멕시코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4.25%에서 4.7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이 같은 금리 수준은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시장은 차기 금융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