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동맹 추가부담'·경제 '자유무역 제동' 등 내세워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의 대외문제 개입을 꺼린다는 '고립주의'는 트럼프의 공약 곳곳에도 잘 드러나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의 대통령 책상 앞에 앉은 뒤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세웠던 주장들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동맹관계부터 무역협정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추진해 왔던 주요 정책의 방향이 크게 바뀐다는 점은 불가피해 보인다.

◇ 외교·안보분야 =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분야 공약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동맹 상대국에 대해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물리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 '무용론'을 폈고, 한국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주한미군 주둔비용 100% 분담'을 주장해 왔다.

이런 주장이 조금이라도 방위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협상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기존 동맹국들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 정강에 북한을 '김씨 왕조의 노예 국가'라고 명시한 점은 트럼프 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유럽이나 중동 같이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다른 지역과의 저울질 과정에서 어떻게 입장을 바꿀 지는 불확실하다.

안보 분야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설치'와 더불어 미국으로의 이민을 까다롭게 만들 것이라는 공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비록 실제로 장벽을 세우지 않는다 하더라도 멕시코에 대해 불법이민자나 마약 문제 등을 빌미로 유·무형의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게 정치 분석가들의 예상이다.

불법이민자들의 추방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먼저 실시될 만한 정책들 중 하나로 꼽힌다.

최대 1천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들 중 상당수를 실제로 추방시키려 시도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공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분야 =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관통하는 기조는 '규제 해제'다.

조세 정책에서는 감세, 금융업계에 대해서는 금융규제법 철폐, 그리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그동안의 제한을 풀겠다는게 트럼프의 대표적인 주장들이다.

소득 최상위 계층의 소득세를 33%로, 최고 35%인 법인세를 15%로 각각 인하한다는 감세 구상은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행한 금융규제법 '도드-프랭크 법률'은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해 관련 법안이 마련되는대로 곧바로 폐지될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금융규제 철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목했던 공화당의 기존 지도부와 대통령 트럼프가 취임 초기에 일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가지 사안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소비자보호청 철폐와 함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교체도 트럼프 정부 초기에 예상되는 경제 분야의 변화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또 '키스톤 송유관'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개발 사업이 '순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급부로 그동안 오바마 정부에서 추진돼 왔던 신재생에너지 개발 지원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분야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기존 협정 파기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 될 전망이고, 한미FTA 역시 대대적인 개편이라는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트럼프는 국방과 안보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예산을 매년 1%씩 줄이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특히 복지 분야의 정부 지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개혁 '오바마케어' 역시 보조금 지급이 한 축인 이상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규제를 없애고 세금 부담을 줄이면 미국이 앞으로 10년간 평균 3.5%의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약 2천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세계 경제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과연 트럼프의 구상대로 '나홀로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