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등 대미수출 큰 타격 우려…환율 추이도 예의주시
자국 근로자 보호정책에 미국 내 공장 없는 기업 수출 막힐 수도

산업팀 = 국내 산업계는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자, 향후 대미 교역 등에서 닥쳐올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자동차 등 일부 업계는 대미 수출장벽이 확 높아지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 초긴장 상태이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IT전자, 철강, 유화 등 주요 수출 업종들이 트럼프 당선 이후 달라질 대미 교역 지형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 '자동차산업 일자리 11만개 넘게 없어질듯' 전망도
자동차 업계는 대미 수출장벽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주장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실패한 협정'으로 규정하는 등 보호무역 강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면 자동차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례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경우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로 5년간 수출손실이 133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또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일자리 11만9천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주장한 정책들이 한미 자동차 교역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새 정부의 무역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 물량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제품 경쟁력 향상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보호무역 등에 대비하기 위해 현지 생산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주력 수출시장으로 남아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각각 생산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지난해 미국으로 각각 36만8천여대, 45만5천여대를 수출했다.

특히 기아차는 최근 멕시코에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기지로 공장을 신설했는데, 미국이 멕시코와 NAFTA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미국 수출에 일부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IT 협업 쉽지 않을 듯…폐쇄적 비자정책도 걱정거리
IT전자업계도 미국의 자국 근로자 보호정책 등이 몰고 올 여파를 주목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TV나 가전제품 등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환율·금리 등의 변동성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당선 이후 자국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입안하면 미국내에 공장이 없는 외국기업에 대한 수입제한, 세금인상 등 각종 장벽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자국기업을 우선시하고,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는 등 보호무역 정책을 주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 기업과의 협력이나 IT 관련 부품, 제품의 수출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업종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한 정유사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경기지표 변동성이 커지고 단기간 강달러로 유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유가에 큰 변화는 없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트럼프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환율 변동 추이를 주시하면서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항공사는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가 확대되고 유류비, 해외지사 운영비를 포함해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낮아진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 할부금과 같이 규모가 큰 지출은 모두 달러로 결제한다"며 "환율 상승세가 지속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질 텐데,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극단적 보수주의자인 트럼프가 향후 폐쇄적인 비자정책을 펼 경우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져 항공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인 탓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차기 정부의 통상 정책 상황을 더 면밀히 살펴보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철강업체들이 철강 수입 규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해왔다"며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 등 주요 국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통상 리스크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