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에 의한 조선인 위안부 학살 사실을 기록한 문서 원본이 공개됐다.

7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인권센터 연구팀은 7∼8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현지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문서를 발굴하고, 이 연구 성과를 4일 교내 워크숍에서 발표했다.

미·중 연합군이 기록한 중국 원난원정군의 1944년 9월15일자 작전일지를 보면 '(1944년 9월) 13일 밤 (탈출에 앞서) 일본군이 성 안에 있는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원난원정군은 1944년 6월부터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고 9월7일 송산을, 일주일 뒤인 14일 등충을 함락했는데, 일본군이 등충이 함락되기 직전인 13일 밤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것이다.

이 문서의 내용은 재미사학자 방선주(82)씨에 의해 1997년 언론에 처음으로 알려졌으나 당시 문서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았고, 문서 전체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굴은 원본의 실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에 속한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는 "위안부 학살을 증언 차원에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증명을 하기는 어렵다"며 "이번에 발굴된 문서는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을 증명하는 문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이 문서뿐만 아니라 일본군 포로 심문보고서, 일본군 노획자료 번역본, 포로수용소 명부 및 송환선 승선 명부 자료 등도 함께 공개됐다.

이같은 자료는 향후 위안부 연구뿐 아니라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 교수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25년이 흘렀지만 정부의 백서는 물론 한국 연구자가 발간한 자료집도 없다"며 "앞으로 미국을 포함해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에 남아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집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srch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