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투표소·세븐일레븐 커피컵·가문 쿠키대결 모두 클린턴 승리

미국 대선(11월 8일)을 앞두고 펼쳐진 장외 이색대결은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의 완승으로 끝났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뉴햄프셔 주에 있는 한 농산품 판매점에 지난달 말까지 이색 투표장이 마련됐다.

판매점의 주인 크리스 오언스는 옥외 화장실 앞에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닮은 마네킹을 세워 두고 '볼일'을 보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줬다.

모두 721명이 참가한 화장실 투표에서 클린턴은 413표를 얻어 트럼프(165표)를 여유 있게 눌렀다.

주요 정당이 아닌 제3당(자유당 게리 존슨,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를 찍은 사람은 101명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경선에 나왔지만 클린턴에게 대권 티켓을 넘겨줘야 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지지한 표(40명)들도 나왔다.

동화 캐릭터 '피노키오'를 찍은 사람도 2명이나 있었다.

오언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와 관련해 "적어도 그들(대선후보)이 거짓말을 할 때를 우리는 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손님들을 상대로 펼친 '커피컵 투표'의 승자도 클린턴이었다.

세븐일레븐은 커피를 사려는 고객들에게 컵 색깔 선택권을 주면서 대선 판세를 파악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선택한 고객은 전체의 31%였다.

공화당을 대표하는 빨간색 컵을 집어 든 비율은 29%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모두를 기피하는 보라색이 전체 40%의 선택을 받아 편의점 투표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높은 비호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세븐일레븐의 커피컵 투표는 지난 4차례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올해 대선에서도 불패 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올해 대선에서 어김없이 펼쳐진 민주당, 공화당 후보 집안들의 '쿠키 대결'에서도 클린턴이 웃었다.

미 요리·가정잡지 '패밀리 서클'은 지난달 7일 클린턴과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내놓은 쿠키 맛대결에서 클린턴이 승리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중순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가 이뤄져 클린턴의 오트밀 초콜릿 칩 쿠키(1천623표)가 멜라니아의 별 모양 쿠키(535표)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양쪽 가문이 내놓은 요리법대로 굽고 맛을 본 뒤 더 맛있는 쿠키에 투표했다.

이번 승리로 클린턴은 쿠키 대결에 3번 나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한 1992년과 재선에 성공한 1996년에 같은 초콜릿 칩 쿠키로 승리를 거뒀다.

미 대선의 장외전인 쿠키 대결은 1992년 처음 열렸다.

공교롭게도 클린턴의 '쿠키 발언'이 대결 탄생을 이끌었다.

클린턴이 한 인터뷰에서 "집에서 쿠키를 굽고 차를 마실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남편이 공직 생활을 시작하기 전 발을 들여놓은 내 직업을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 게 대결 탄생의 계기가 됐다.

클린턴의 발언은 가정주부들의 반발을 불렀지만 패밀리 서클은 문제 발언을 흥미로운 대결로 승화시켰다.

쿠키 대결의 대선 승자 적중률도 꽤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이뤄진 대결에서 승자 집안이 대선 승리까지 거머쥔 사례가 다섯 번이나 된다.

쿠키 대결에서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후보는 2008년 공화당의 존 매케인뿐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